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비서실장인 댄 카츠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제1부총재직을 맡을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카츠의 선임은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IMF가 본연의 임무를 넘어섰다고 비판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IMF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카츠는 하버드대로 복귀한 기타 고피나트 전 IMF 제1부총재의 후임으로 지명된다. IMF 제1부총재는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바로 아래 직위로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통적으로 IMF 총재직은 유럽이, 제1부총재직은 미국이 추천해 왔다.
카츠는 트럼프 행정부 두 차례에 걸쳐 재무부에서 근무했으며 베선트 장관의 최측근으로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상, 중국과의 관세 협상,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틱톡 관련 협상 등을 주도했다. 이번 임명으로 IMF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해 IMF가 기후변화 대응과 다양성·포용 정책을 강조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츠 역시 이러한 기조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해 국제금융협회(IIF) 연설에서 IMF가 핵심 기능인 국가 경제평가와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IMF 내부에서는 미국이 최대 주주로서 일상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FT는 전했다. 이번 인사 역시 미국이 여전히 IMF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관계자들은 “IMF가 최종 대부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카츠가 베선트 장관의 의중을 대변해 정책 노선을 재조정할 경우 향후 IMF의 기후변화·포용 정책은 위축되고 구제금융 등 전통적 임무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