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유조선 공격에 국제유가 배럴당 81달러 돌파, 전 세계 원유 물동량 5분의 1 '올스톱'
이미지 확대보기WTI 배럴당 81달러 돌파…하루 8.5% 급등
5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8.51%(6.35달러) 폭등한 배럴당 81.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020년 5월 이후 약 6년 만의 최대치다. 글로벌 기준 유종인 브렌트유도 4.93%(4.01달러) 오른 배럴당 85.41달러를 기록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약 20% 폭등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주부터 산정하면, 시장은 단 5거래일 만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와 맞먹는 충격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CNBC는 5일 보도에서 미국 내 휘발유 소매가격이 일주일 새 갤런당 27센트 급등해 3.25달러(약 4800원)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번 상승 속도를 2022년 3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휘발유 가격 급등과 나란히 놓으며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경고했다.
'위협'에서 '타격'으로…이란, 유조선에 실제 미사일 공격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약 1700만~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병목 지점이다. 이곳이 막히면 중동산 원유의 대체 수송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횡단 송유관(IPSA)과 아랍에미리트의 하브샨-푸자이라 송유관뿐인데, 두 노선의 최대 수용 용량을 합쳐도 하루 약 500만 배럴에 불과하다. 부족분을 메울 방법이 없다.
트럼프 "추가 조치 임박"…미 해군 호위함 파견 검토
미국 정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유가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해상 운항 재개를 위한 정치적 위험 보험 제공과 미 해군 함정의 유조선 호위 계획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4일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다시 안전해질지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국방부와 에너지부가 현재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선주들은 보안 상황이 명확히 개선되지 않는 한 운항 재개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공급망 마비는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에너지 안보에 '비상등'…중동 의존도 70% 넘어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미 해군이 호위 임무에 나선다고 해도 선박보험 인수 거부와 선원 승선 거부가 맞물리면 실제 수송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현재 분위기는 단순한 '위험(Risk)'이 아니라 사실상의 '불능(Force Majeure)' 단계"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비축유 방출 가이드라인과 에너지 수급 비상계획을 선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수급 불안에도 단기 충격 흡수 능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도 있다. 2025년 말 기준 한국 정부의 전략 비축유는 1억 배럴을 돌파해 약 117일분에 이른다. 여기에 민간 보유량까지 합산하면 약 200~210일분(약 7개월)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인 90일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정부는 이미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비상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그러나 봉쇄가 수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비축유 방출 시점과 업종별 배정 기준을 놓고 정부와 정유업계 간 협의 과정에서 긴장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실질적인 변수로 남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항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핏줄이다. '에너지 외교'와 '수입처 다변화'가 구호가 아닌 실행계획으로 내려앉아야 할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