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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유엔서 '한반도 신뢰 구축' 새 원칙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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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유엔서 '한반도 신뢰 구축' 새 원칙 천명

비핵화 과제 속 '교류 우선'…군사 긴장 악순환 고리 끊는다
미국 '보호주의'와 대조적 '포용' 강조…삐걱대는 한미 동맹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국제 외교의 중심인 미국 뉴욕 유엔 총회 연설대에서 한반도의 '새 시대'를 향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깨진 남북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 믿는 관계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히며, 평화 공존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구상을 세계 무대에 처음으로 내놓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비핵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군사 긴장의 악순환을 끊고 교류를 되살려 남북 관계의 체질을 근본부터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북한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기아와 무력 분쟁 대응을 비롯해 인공지능(AI), 기후 변화, 개발 금융 등 인류가 마주한 여러 위기를 헤쳐나갈 해법으로 다자주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유엔이 함께 걸어온 80년 역사를 되짚으며, 지난해 말 한국 사회를 휩쓴 정치 위기를 '쿠데타'에 빗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기에 처했던 때가 있었지만" 한국은 언제나 "불굴의 힘"으로 일어섰다고 힘주어 말하며, 위기 극복 경험을 국제 사회 연대를 다지는 데 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6월 취임한 이 대통령은 또, 달라진 국제 환경을 반영하고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의석을 늘리는 개혁안을 제안하며 국제 지배구조 논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다.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와 정반대 길

이 대통령의 연설은 같은 날 연단에 섰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과 뚜렷이 달라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되지 않는 이주'를 내버려 두는 나라들을 거세게 비판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내세운 반면, 이 대통령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삶의 모든 분야에서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받도록 하겠다"는 포용 원칙을 알렸다.

두 정상의 서로 다른 생각은 공교롭게도 요즘 양국 관계의 가장 민감한 문제와 맞물려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이민 단속에 걸려 구금되면서, 한미 관계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말 양국이 맺은 새로운 무역·투자 협정에 따라 약속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한국의 대미 투자를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했다.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 믿음의 금이 간 것이다.

외교는 '삐걱', 안보는 '이상무'


하지만 이러한 외교와 경제의 불협화음 속에서도 한미 동맹의 다른 한 축인 안보 협력은 그대로 흘러가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국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주, 한미일 세 나라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다영역 연합훈련을 했다. 북한은 이를 '전쟁 연습'이라며 바로 '맞대응'하겠다고 위협해 한반도의 군사 긴장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이처럼 외교, 안보, 경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 관계를 써서 잠재적인 정상회담을 포함해 한반도 긴장을 푸는 데 자기 몫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는 이 대통령의 신뢰 쌓기 제안과 맞물려 한층 더 활발한 국면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