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동시 출시' 중국과 '일본 IP 역수출' 한국, 맞춤 전략으로 공세
UAE '오일머니' 앞세워 맹추격…10년 만에 돌아온 EA 등 미국도 가세
UAE '오일머니' 앞세워 맹추격…10년 만에 돌아온 EA 등 미국도 가세

특히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체급을 키운 중화권 기업들과 일본의 강력한 지식 재산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기업들이 대형 부스를 앞세워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아랍에미리트(UAE)를 필두로 한 신흥 게임 강자들까지 도전장을 내밀면서, 도쿄 게임쇼는 단순한 신작 전시장을 넘어 세계 마케팅과 지식 재산 제휴의 중심이자, 세계 게임 산업의 패권 경쟁이 뚜렷해진 격전지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이 표준"…물량 공세 나선 중국
이번 행사의 흐름은 단연 중국 기업들이 이끌었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자사 세계 게임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통해 압도적인 영향력을 뽐냈다. 일본의 유명 개발사 캡콤과 손잡고 개발한 '몬스터 헌터' 시리즈 최신작을 이번 게임쇼에서 처음 공개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텐센트의 부스는 자사 게임뿐 아니라 한국, 뉴질랜드, 스웨덴 등 전 세계 각지에 자리한 투자 개발사들의 신작까지 아우르며 '세계 연합군'의 면모를 갖췄다.
텐센트 레벨 인피니트의 쉬톈톈 일본 제너럴 매니저는 "전 세계 개발사와 함께 성장하는 세계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단순한 유통사를 넘어 세계 게임 산업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다른 중국 기업 히어로 게임즈 역시 '세계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집중하며 성장한 것과 달리, 이들은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히어로 게임즈의 자오이란 마케팅 담당은 "개발팀도 세계적인 시각을 갖추고 현지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오는 10월 출시하는 롤플레잉 게임(RPG) '듀엣 나이트 어비스'다. 이 게임은 출시와 동시에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4개 국어를 지원하며, 이후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차례로 추가해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오일머니' UAE·돌아온 미국…참전국 늘어난 '게임 대전'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강력한 지식 재산을 활용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표 주자인 넷마블은 일본의 유명 출판사 고단샤의 만화 '일곱 개의 대죄'를 원작으로 삼은 신작 게임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원작이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만큼, 넷마블은 이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게임은 2026년 1월, 총 12개 언어로 동시 서비스된다. 넷마블 일본 법인의 니베 유타 마케팅 담당은 "세계 시장에서 일정 수준의 성공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밝히며,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쌓은 마케팅 경험을 무기로 일본 콘텐츠 기업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패미통 게임 백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게임 콘텐츠 시장은 약 301조 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동아시아가 122조 원(약 4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거대한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중동과 서구권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아랍에미리트(UAE)의 레드 듄즈 게임즈는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신흥 강자다.
이들은 지난해보다 10배나 넓힌 대형 부스를 일본 e스포츠팀과 공동으로 운영하며, 액션 게임을 포함한 12종의 신작을 공개했다. 레드 듄즈 게임즈의 술탄 다르마키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기업이 모이는 도쿄 게임쇼는 세계 진출의 교두보"라고 말했다. 이들의 등장은 게임 생태계가 다변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10년 만에 복귀한 일렉트로닉 아츠(EA)와 처음 참가한 라이엇 게임즈 등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EA는 오는 10월 출시하는 간판 슈팅 게임 '배틀필드' 신작을, 라이엇 게임즈는 신작 격투 게임 '2XKO(투엑스케이오)'의 체험 버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는 캐릭터 사진 촬영 공간을 마련하는 등 팬 서비스에 집중했다.
이처럼 TGS 2025는 각국의 전략이 충돌하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중국과 한국은 지식 재산 활용과 세계 동시 출시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넓히고, UAE 등 신흥국은 자본과 e스포츠를 결합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반면 강력한 지식 재산 생산지인 일본은 세계화 속도와 개발 자본 투입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