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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증시, '매그니피센트 7' 넘어 오라클·브로드컴 AI 신주도주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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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증시, '매그니피센트 7' 넘어 오라클·브로드컴 AI 신주도주 부상

AI 경쟁력 따라 M7 희비 교차…월가, '판타스틱 4'로 주도주 압축
반도체·소프트웨어 신흥 강자 급부상…투자, M7 넘어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 증시를 이끌어온 '매그니피센트 7(M7)'의 시대가 저물고, 오라클과 브로드컴을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분야의 새로운 주도주가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애플과 테슬라 등 기존 강자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M7의 아성이 흔들리자, 월스트리트는 '팹 4', '엘리트 8' 등 대안 투자 구도를 제시하며 재편되는 시장의 승자 찾기에 나섰다.

오픈AI의 챗GPT가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꾼 지난 3년간, 미국 증시를 관통하는 핵심 전략은 'M7을 매수하라'는 것이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 아마존닷컴, 메타 플랫폼스, 테슬라로 구성된 이 7개 기업은 인터넷 혁명 이후 가장 거대한 기술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M7은 2023년 초 이후 S&P 500 지수가 기록한 상승분의 50% 이상을 이끌며 시장의 기대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독주 체제가 AI 패권 경쟁이 심화하며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았다. AI 관련 투자가 기존 빅테크의 경계를 넘어 예상 밖의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M7 중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브로드컴, 오라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같은 핵심 기업들을 놓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티잔 파트너스의 크리스 스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M7이 과거 모바일, 인터넷, 전자상거래 같은 기술 주기를 제패했다고 해서 여기서도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다음 승자는 AI를 통해 거대하고 제약 없는 시장에 대응하며 오늘날의 M7보다 미래에 더 큰 기업이 될 회사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견고했던 M7 체제, 내부 균열 본격화


물론 M7의 영향력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 7개 기업은 S&P 500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약 35%를 차지하며, 2026년에는 매출과 이익이 각각 13%, 1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M7을 제외한 나머지 S&P 500 기업들의 예상 성장률(매출 5.5%, 이익 13%)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견고해 보였던 M7 체제 내부에선 이미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AI 시대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올해 21%에서 33%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보인 반면, 애플, 아마존, 테슬라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불투명해지며 주가 흐름이 크게 뒤처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모닝스타가 매긴 AI 관련 점수에서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는 3점 만점을 받은 반면, 애플과 테슬라는 최하위 수준인 1점을 받는 데 그쳐 기업별 AI 경쟁력 격차를 명확히 보여줬다.

월가, '포스트 M7' 시대 주도주 찾기 분주


이에 월스트리트는 AI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구도를 제시하고 있다. 기존 M7에서 일부를 제외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만으로 구성된 '판타스틱 4(Fantastic Four)', 테슬라를 제외한 '빅 6(Big Six)', M7에 브로드컴을 더한 '엘리트 8(Elite 8)'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류 역시 AI 투자의 전체 그림을 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클라우드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오라클의 주가는 올해 75% 이상 폭등했고, AI 소프트웨어 강자인 팔란티어는 2025년에만 135% 급등하며 나스닥 100 지수에서 최고 성과를 기록했다. AI 컴퓨팅 기반 시설의 핵심인 브로드컴과 AMD, TSMC 등 반도체 기업들도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브로드컴은 3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기존 M7에 브로드컴, 팔란티어, AMD를 추가한 'Cboe 매그니피센트 10 지수' 기반의 파생상품을 출시하며 시장의 변화를 공식화했다. 야누스 헨더슨의 닉 쇼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제 M7을 넘어 대화를 확장해야 한다"며 "오라클과 브로드컴은 분명히 그 일부"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은 차세대 주도주가 될 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M7에만 의존하지 않고 더 넓은 AI 생태계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상장 기업인 오픈AI, 앤스로픽, 스페이스X 등도 앞으로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꼽는다.

AI 혁명의 진정한 수혜자가 누구일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AI 기술이 확산함에 따라 시장의 주도권은 기술 발전을 이끄는 기업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나아가 AI를 활용해 혁신을 이루는 기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주리언 티머 국제 거시 부문 이사는 "AI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새로운 승자가 옛 승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며 "기존 강자들의 성장 정체 가능성과 시장 집중도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M7 시대가 양호한 순환매로 끝날지, 아니면 붕괴로 끝날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