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끝내 셧다운 "고용보고서 발표 취소"

미국 연방정부가 끝내 셧다운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통계국장 지명을 전격 철회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 시간 3일 우후 발표 예정인 고용보고서 발표도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1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이 노동통계국(BLS) 국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CNN의 보도이다. CNN은 백악관이 미 연방 상원에 E. J. 앤토니 BLS 국장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 위한 서류를 보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 고용통계 수치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임명된 에리카 맥엔타퍼 BLS 국장을 해고했고, 같은달 11일 앤토니를 새 국장 후보로 낙점했다.
앤토니 후보자는 미국 보수 진영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해온 경제학자이다. 일자리 통계과 실업률 산출 등 경제 전반의 데이터를 산출하는 BLS를 비판하는 데도 앞장선 이력이 있다. 트럼프의 지명 철회는 앤토니 후보자가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 대한 성적 모욕, 동성애자 비하 발언, 트럼프 비판세력을 향한 저속한 모욕 등을 담은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 바 있다는 CNN 보도가 나온 지 약 한 달 후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문가 전망치보다 크게 낮게 나온 데다, 이전에 발표한 5∼6월 고용 증가 수치까지 대폭 하향 조정되자 맥엔타퍼 국장을 경질했다. 그 결정은 비당파적인 통계를 생산하도록 한 기관을 정치화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뉴욕증시에서도 통계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뉴욕증시 3대 지수가 3거래일 연속 강세로 마감했다. 투자자는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에 따른 경기 우려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받아들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무렵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1.82포인트(0.18%) 오른 46,397.89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상 최고 종가를 갈아치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27.25포인트(0.41%) 상승한 6,688.46, 나스닥종합지수는 68.86포인트(0.31%) 오른 22,660.01에 장을 마쳤다.
증시는 미국의 셧다운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에 장중 대체로 약세로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화이자 발표 관련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예산안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우리는 아마 셧다운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시간 자정까지 미 의회의 합의가 없다면 미 정부는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 셧다운 시 미국 경제지표는 나오지 않고, 연방 인력은 무급 휴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미국의 소비자심리가 후퇴한 것도 증시에 약세 압력을 넣었다.
미 경제분석 기관 콘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4.2로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 전망치(96)도 하회했다.
그러나 그간 셧다운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며 증시는 장 후반 회복에 나섰다.
바이털 널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분석가는 "투자자는 셧다운을 어느 정도 예상해 대체로 관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2주 이상 지속하면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셧다운을 연준의 금리 인하의 재료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엘리아스 하다드는 "장기간의 셧다운은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을 키우고, 연준이 더 완화적인 기조를 취할 가능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페이브 파이낸설의 코리 전략가는 "(셧다운에 따른) 고용 보고서 발표 연기는 오히려 시장에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 "투자자는 실망을 뒤로 미루게 되며, 그간 시장이 긍정적인 데이터를 더 많이 발표하면서 (이후) 충격을 완화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까지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확률을 75.8%로 반영했다. 직전 거래일 마감 무렵엔 66.8%였다.
미국의 구인 지표는 시장 예상과 비슷하게 나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미국 구인 건수는 722만7천건으로 시장 전망치(720만건)를 약간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헬스(2.45%)와 소재(0.55%), 기술(0.86%) 등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금융(-0.45%)은 약세를 나타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에너지(-1.07%)도 부진했다.
코어위브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과 최대 142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컴퓨팅 파워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11.70% 급등했다.
그래픽 칩(GPU) 공급업체인 엔비디아의 주가도 덩달아 2.60% 올랐다.
화이자 주가는 6.83% 상승했다. 화이자가 미국에서 700억달러(약 98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조건으로 미 정부로부터 3년간 관세 부과를 유예받는다는 소식 때문이다.
셧다운에 따른 항공 관제사 부재 가능성에 사우스웨스트 항공(-2.59%), 유나이티드 항공(-2.17%), 델타항공(-1.58%) 등 항공주는 약세를 보였다. 회생에 성공한 전력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는 29.41% 치솟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0.16포인트(0.99%) 오른 16.28을 가리켰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