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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BOE, 디스플레이 넘어 로봇·AI 산업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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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BOE, 디스플레이 넘어 로봇·AI 산업 출사표

로봇 전문 자회사 '베이징 BOE 로봇' 공식 출범…AI에 연 매출 0.5% 투입
세계 1위 中 로봇 시장 선점 포석…폭스콘·앤트그룹도 경쟁 가세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로봇 전문 자회사 '베이징 BOE 로봇'을 공식 출범시키고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BOE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을 넘어 첨단 제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로봇 전문 자회사 '베이징 BOE 로봇'을 공식 출범시키고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BOE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중국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 기존 디스플레이 사업을 넘어 첨단 제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사진=AFP/연합뉴스
애플의 핵심 공급사인 세계 굴지의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 BOE가 기존 사업의 경계를 허물고 미래 산업의 핵심인 로봇과 인공지능(AI) 분야에 진출한다고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BOE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중국 거대 기술 기업들의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패권을 넘어 첨단 제조 기술의 심장부로 향하는 BOE의 담대한 도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BOE는 완전 자회사 '베이징 BOE 로봇'을 세워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나(Sina)와 IC스마트 같은 현지 매체는 중국 기업정보 자료를 인용해, 이 새로운 법인이 자본금 2억 위안(약 2800만 달러) 규모로 공식 등록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산업용 로봇 개발과 제조, 그리고 이를 제어하고 최적화할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한다. BOE는 이미 내부에 전문 로봇 기술팀을 꾸려, 차세대 로봇 기술의 연구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할 채비를 마쳤다.

BOE의 이러한 전략 전환은 BOE 천옌순(陈炎顺) 회장의 담대한 투자 계획 발표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천 회장은 지난 9월 11일 열린 'BOE 세계 혁신 파트너 회의'에서 앞으로 3년 동안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공급망 전체의 혁신과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부문에 500억 위안, 부품과 장비 조달 부문에 5000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AI 기술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눈에 띈다. 천 회장은 "해마다 총매출의 0.5%를 AI 연구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통해 생산 공정, 최종 제품, 기업 운영 전반에 AI를 깊숙이 통합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 제조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산업용 로봇과 디지털 해결책을 직접 개발해 제품과 공정의 혁신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새로 세운 로봇 자회사는 바로 이러한 거대 구상의 핵심 실행 축이 될 전망이다.

'세계의 공장' 넘어 '로봇 대국'으로…국가 전략과 맞물린 성장


BOE의 행보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키우고 있는 로봇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는 이러한 배경을 명확히 설명한다. 2024년 한 해에만 중국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29만 5000대에 이르렀으며, 전 세계 수요의 54%를 차지하는 압도적 수치다. 이 기록은 역대 최고일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중국 현지 로봇 공급업체의 점유율이 해외 유수 기업들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IFR은 중국 로봇 시장이 2028년까지 해마다 약 10%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밝게 내다봤다.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의 분석은 이러한 성장 잠재력을 더욱 구체적인 수치로 뒷받침한다. 모건 스탠리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중국 로봇 시장이 2024년 470억 달러 규모에서 2028년 108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마다 평균 성장률이 23%에 달하는 빠른 속도다. 이러한 성장은 로봇 산업에서 중국의 세계 선두 지위가 더욱 굳건해질 것을 뜻한다.

물론 이러한 거대 시장에 뛰어든 것은 BOE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다른 기술 대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의 최대 조립 파트너인 폭스콘은 생산 라인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25년 1월 로봇 전문기업 유비테크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로봇 도입을 본격화했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 기업인 앤트그룹 또한 2024년 말, 상하이에 '앤트 링보 테크놀로지'를 세우고 로봇 같은 물리 시스템에 적용될 '체화 지능' 기술 개발에 나서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능형 생태계' 구축…디스플레이 너머를 보다


업계 분석가들은 BOE의 로봇과 AI 소프트웨어 시장 진출을 두 가지 핵심 동력으로 분석한다. 첫째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 미래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달려는 기업 내부의 전략이다. 둘째는 자동화와 스마트 제조 역량을 국가 핵심 경쟁력으로 삼으려는 중국 정부의 거시 산업 전략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나아가 BOE는 AI 기술로 세계 스마트 제조 혁신을 이끌겠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앞으로 여러 나라와 지역에 판매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워 현지화 전략을 활발히 펼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는 AI 기반의 고성능 디스플레이 제품은 물론, 산업용 로봇과 AI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스마트 시스템 전체를 통합해 상승 효과를 내는 '지능형 생태계'를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BOE IPC 2025' 행사에서 공개한 200여 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사물인터넷(IoT) 혁신 기술과 어우러져, 전통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계를 넘어 여러 미래 산업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보여준다. 디스플레이 거인의 변신이 중국 첨단 제조업의 미래에 어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