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오 14세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취임 초기 보수 가톨릭 진영과의 우호적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레오 교황은 지난달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낙태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미국 내 이민자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에 동의한다면 과연 그것을 낙태 반대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교황에 자리에 오른 첫 미국 출신 교황으로 취임 후 전통 의식 복원과 논란 회피로 보수파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에 대한 보수 진영은 즉각 반발했다. 전직 텍사스 주교 조지프 스트릭랜드는 “생명 존엄과 교회의 도덕적 명확성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고 비판했고 가톨릭 보수 성향 블로그 ‘로라테 카엘리’도 “교황은 다시 침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카롤라인 fp빗 백악관 대변인은 교황의 표현을 거부하며 이민 정책을 옹호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레오 교황이 이민 문제를 특히 중시하고 있어 비판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 측근들은 그가 교회 분열을 피하려 하면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오 교황은 취임 직후 전통적 붉은색 교황 의복인 ‘모제타’를 착용하고, 보수 성향 추기경들과 만나는 등 보수파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LGBT 사목 활동을 하는 신부를 접견하는 등 균형적 행보도 이어가면서 보수층 일각에서는 이미 우려가 제기돼 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