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5월 발표한 ‘엔비디아 AI 칩 대규모 수출 합의’가 다섯 달째 진전이 없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 일부 인사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UAE의 미국 내 투자 이행을 먼저 요구하면서 칩 수출 인허가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합의 지연과 투자 요구
양측의 합의에 따르면 UAE는 미국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연간 수십만 개 규모의 엔비디아 칩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러나 상무부 인허가가 관문인 만큼 러트닉 장관이 투자를 확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속도가 늦춰졌다고 WSJ는 전했다.
◇ 러트닉의 전방위 딜메이킹
WSJ에 따르면 러트닉은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기술 맞교환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53조5000억 원) 미국 투자 계획을 상무부 산하 펀드로 유치했고 연방 보조금 90억 달러(약 12조3300억 원)를 활용해 인텔 지분을 확보했다. 또 엔비디아에 중국향 H20 칩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라는 요구도 있었으며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수출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 행정부는 이와 별개로 H-1B 비자 신청자에게 10만 달러(약 13억7000만 원)의 신규 수수료를 부과해 논란을 빚었다.
◇ 엔비디아의 불만과 향후 변수
젠슨 황은 공개적으로는 러트닉 장관을 높이 평가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절차 지연과 방식에 대한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AI 총괄 역시 합의가 지체되는 데 아쉬움을 표했다는 전언이다. 합의에 따라 대부분의 칩은 UAE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 공급될 예정이나 아부다비 AI 기업 G42로의 직접 납품은 당분간 보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UAE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UAE 간 2000억 달러(약 274조 원) 거래를 강조하며 미국 AI 기술 수출 전략을 홍보했지만 이번 지연은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 구상’이 얼마나 빠르게 성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