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2기 다섯 번째 총리 교체...재정적자 GDP 5.4% 예상
48시간 내 협상 실패시 조기총선...극우 집권 가능성에 시장 긴장
48시간 내 협상 실패시 조기총선...극우 집권 가능성에 시장 긴장

엘리제궁은 르코르뉘 총리가 6일 오전 사직서를 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달 9일 임명돼 1958년 제5공화국 수립 이후 최단기 재임 총리로 기록됐다. 마크롱 2기 정부에서 다섯 번째 총리 사임이다.
정당 간 타협 실패로 총리직 내려놔
르코르뉘 총리는 사임 성명에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타협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각 정당은 다른 정당이 자기 강령 전체를 받아들이길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은 항상 자기 정당보다 나라를 앞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개 연설 대신 르코르뉘 총리에게 48시간을 줘 "나라 안정을 위한 정당과의 마지막 협상"을 이끌도록 했다고 르코르뉘 총리가 엑스(X)에 올렸다. 엘리제궁 관계자는 이 협상이 실패하면 마크롱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새 의회 선거 가능성을 내비쳤다.
르코르뉘 총리 사임은 보수 정당 레 레퍼블리카인이 일부 지명 장관에 불만을 나타내며 정부 탈퇴 가능성을 밝힌 뒤 나왔다. 좌파 사회당도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을 멈추지 않으면 정부를 쓰러뜨리겠다고 위협했다.
특히 논란이 된 인사는 브루노 르메르 전 재무장관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결정이었다. 르메르 전 장관 재임 중 프랑스 재정적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레 레퍼블리카인의 브루노 르테유 대표는 "신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르메르 전 장관은 당일 늦게 자기 이름을 내각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정부가 의회 투표 없이 법을 강제로 통과시킬 수 있는 헌법 도구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대파들을 설득하기에는 모자랐다.
국채금리 10년 만에 최고...독일과 격차 0.88%p
프랑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6일 프랑스 대표 주가지수 CAC 40은 대형 은행 주가 하락에 힘입어 급락했다. 국채 가격 하락으로 10년 만기 차입 비용은 0.06%포인트 오른 3.57%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달러 대비 0.3% 내렸다.
기준인 독일 국채 대비 프랑스 국채의 추가 금리는 0.88%포인트까지 올라 10여 년 전 유로존 부채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가까워졌다.
바클레이스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 에마뉘엘 카우는 "이 위기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새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며 "이는 유럽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할 빌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극우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말 예산안 처리 불투명...재정 적자 GDP 5.4% 전망
르코르뉘 총리 사임으로 프랑스가 연말까지 예산을 짜는 일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는 2025년 국내총생산(GDP)의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스 재정적자 해결 능력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은행 나틱시스 CIB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 장 프랑수아 로빈은 "프랑스의 통치 가능성은 쇠퇴하고 있다"며 "공공 재정 측면에서 이는 통합이 적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임시 총리도 공공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과반수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르코르뉘 총리는 2024년 여름 조기 의회 선거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세 번째 총리였다. 이 선거로 프랑스 의회는 심하게 쪼개졌고 통치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이미 의회 최대 정당이면서 여론조사 1위인 극우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위기 대응으로 선거를 열 것을 촉구했다. 그는 "다시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나라 안정과 동포들의 고통을 더 많이 다루게 되기 때문에 프랑스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극좌 지도자 장 뤽 멜랑숑은 마크롱 대통령을 "혼란의 뿌리"라고 표현하며 새 대통령 선거를 가능하게 하려고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요구를 거듭 물리쳐 왔다.
전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조차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며 "많은 프랑스인들처럼 나도 더 이상 대통령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TF1에 말했다. 중도파인 아탈 전 총리는 위기 해법으로 정당 간 중재자를 지명하자고 제안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