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수상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를 전하며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폴리티코, 인디펜던트 등 외신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차도는 전날 X에 올린 글에서 “이 상을 자유를 위해 싸우는 베네수엘라 국민과 우리 대의를 결정적으로 지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우리는 승리의 문턱에 있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민, 라틴아메리카와 세계의 민주 국가들을 가장 중요한 동맹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직접적 논평 없어…백악관은 불쾌감
트럼프 대통령은 마차도의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공유했지만 직접적인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스티븐 청 백악관 홍보국장은 같은 날 “노벨위원회가 평화보다 정치적 상징을 택했다”며 위원회를 비판했다.
◇ 마차도, 트럼프의 ‘카리브해 군사전략’ 공개 지지
NYT는 마차도가 최근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의 카리브해 군사 작전을 적극 옹호해 왔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는 생명을 구하는 일이며 마두로 정권은 마약테러 구조의 중심”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미국과 베네수엘라 모두를 지킨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부터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선박’으로 규정한 베네수엘라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으며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범죄 혐의로 지명수배해 올여름 현상금 5000만 달러(약 715억 원)를 내걸었다.
◇ “정권 붕괴 후 100시간·100일 계획 이미 마련”
마차도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마두로 정권이 무너질 경우 첫 100시간, 100일 동안의 과도정부 운영 계획을 이미 세워두었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민주주의 복원 후 15년 내 베네수엘라 경제 규모를 1조7000억 달러(약 2430조 원)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약속했다.
◇ 美·남미 외교 구도에 변화 예고
전문가들은 마차도의 발언이 단순한 감사 표현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와 베네수엘라 야권 간의 ‘사실상 전략적 제휴’를 공식화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대의 국제정치학자 하비에르 멘도사는 “트럼프 정부가 마차도를 민주주의 상징으로 밀어세우고 있으며 마두로 체제 전복을 위한 정당성 확보에 이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유엔 외교관들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의 몰락은 남미 전체의 안정을 되찾는 일”이라고 밝히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새로운 외교 분수령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