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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지아 공장 3년간 3명 사망·12명 중상…"속도가 안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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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지아 공장 3년간 3명 사망·12명 중상…"속도가 안전 앞질렀다"

월스트리트저널 "100개 넘는 하청업체·느슨한 규제가 참사 불러"…ICE 대규모 단속 전부터 위험 신호 계속
현대차가 조지아 공장 건설 과정에 안전사고 빈발 사고와 경고를 가볍게 처리했다는 주장이 현지 노조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 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차가 조지아 공장 건설 과정에 안전사고 빈발 사고와 경고를 가볍게 처리했다는 주장이 현지 노조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지=GPT4o
현대자동차 조지아 공장 건설 현장에서 2022년부터 3명이 숨지고 12명 이상이 중상을 입는 등 안전사고가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현지시간) 보도에서 연방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단속이 있기 전부터 이 공장이 위험한 건설 현장이었다고 보도했다.

WSJ는 현장 안전 책임자를 포함한 20여 명의 현직·전직 근로자 인터뷰를 토대로 이 공장이 미숙련 이민 노동자, 느슨한 안전 기준, 빈번한 사고로 얼룩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대차가 근로자들에게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지 않았고, 안전 규제 당국도 위반 사항을 막는 데 미온적이었다고 증언했다.

빠른 건설 속도와 복잡한 하청 구조가 화근


근로자들은 현대차가 가혹할 정도로 빠른 건설 속도를 요구했으며, 100개가 넘는 하청업체가 얽힌 구조가 안전 기준 시행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는지 확인할 안전 인력조차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장에서 안전 관리자로 일했던 그렉 디먼트는 "연방 산업안전보건청(OSHA)과 주 당국이 등을 돌리고 현대차가 하는 대로 내버려뒀다""OSHA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건설업에 종사한 그는 현대차 현장 경험 이후 업계를 완전히 떠났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성명을 통해 이민법 준수에 전념하고 있으며 속도 때문에 안전을 타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사는 건설 중 사고 발생 뒤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했으며, 현장의 방대한 규모가 미국 내 최대 건설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 포괄적으로 대응했다""지난 3월 근로자 사망 사고 뒤 조지아 공장을 방문해 팀에게 직접 말했다. 그들의 안전이 생산 일정, 비용, 이익,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고"라고 말했다.

추락·압사 등 잇단 사망 사고


WSJ 검토 결과, 76억 달러(109000억 원) 규모 복합단지 건설이 시작된 2022년 이후 3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이 규모 프로젝트로서는 비정상으로 높은 수치다. 안전 장치 없이 추락하거나 지게차에 깔리는 등 12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20234, 건설 착공 행사 6개월 만에 35세 철골공이 현장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도료 건물 위에 I형 강철보를 설치하던 중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 그는 안전 로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60피트(18m) 추락하면서 건물 프레임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로프를 끊었다.

5명의 자녀를 둔 이 근로자는 현대차가 고용한 수십개 업체 중 하나인 이스턴 컨스트럭터스 소속이었다. OSHA는 그의 죽음이 예방 가능했다며 이스턴이 적절한 안전 장비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명백한 무관심과 고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OSHA는 이스턴에 16만 달러(229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으나, 이스턴이 이의를 제기한 뒤 벌금은 15625달러(2240만 원)로 줄어들고 고의 위반에서 중대 위반으로 등급이 낮아졌다.

올해 봄에는 지게차 관련 사고로 2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 지게차가 45세 근로자를들이받아 숨지게 했고, 두 달 뒤에는 지게차에서 떨어진 짐이 27세 근로자를 덮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 OSHA 대변인은 두 사망 사건 모두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안전 불감증과 보고 누락 만연


지난해 근로자 11명이 외상성 부상을 입었다고 OSHA 자료는 전하고 있다. 연방 안전 당국은 고용주가 사지나 눈 손실, 입원, 사망 사고만 즉시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올해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한 근로자는 작업 중이던 컨베이어 벨트에 갇혀 폐에 구멍이 뚫리고 갈비뼈가 부러진 뒤 구조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고 OSHA 보고서는 전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추락 방지 장비 없이 20피트(6m) 높이에서 케이블을 설치하던 근로자가 떨어져 두개골 출혈을 입었다. OSHA는 나중에 이 근로자 고용주인 하청업체 성원조지아가 직원들이 가드레일이나 안전 장비 없이 높은 곳에서 일하도록 허용했다며 22000달러(3150만 원) 벌금을 부과했다.

사바나의 이민 옹호 단체인 '미그란트 에퀴티 사우스이스트'는 감보아 사망 사건 이후 현대차 단지의 노동 조건을 추적해왔다. 이 단체의 다니엘라 로드리게스 사무총장은 "근로자들의 사고 보고가 빈번하지만 많은 사건이 OSHA에 보고되거나 조사되지 않는다""현대차에서는 그것이 업무의 일부로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계약직 안전 조정관이었던 채드 필처는 훈련이 부실한 근로자들과 안전 기준 시행을 꺼리는 관리자들의 위험한 조합에 종종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이 최근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민 온 대규모 근로자 집단을 고용했으며, 이 중 다수가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필처는 지난해 6월 이들 신규 채용자 중 한 명이 장갑이나 기타 필수 안전 장비 없이 가위형 리프트에서 고압 천장 조명 작업을 하다 감전돼 심장이 멈춘 현장에 있었다. 그는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구조를 도왔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 남성은 살아남았지만 필처는 이 아슬아슬한 비극이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고 말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불법 입국 이민자들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필처는 "하지만 이들도 인간"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비정상으로 높은 사망률은 안전 문화 결여 반증"


미시간주 로렌스공과대학 건설안전연구센터 설립자인 아흐메드 알바야티 소장은 현대차 부지의 비정상으로 높은 사망자 수가 느슨한 안전 문화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가 일반으로 소규모 자원이 부족한 주택 건설보다 위험이 적다며, 그러나 어떤 현장에서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든 하청업체와 근로자에게 시행되고 강제되는 안전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하청업체 관리자로 일했던 한 근로자는 "상황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특히 건설 현장 사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게차가 필수 감시자 없이 빠르게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지적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현대차의 조지아 복합단지는 사바나에서 약 48㎞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약 3000에이커(1214만㎡) 규모로, 메타플랜트로 알려져 있다. 이 시설은 로봇 보조 조립 라인에 전기차를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에 큰 베팅을 상징한다. 조지아주는 20억 달러(28700억 원) 규모 인센티브 패키지를 제공했다.

공장은 지난해 가을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단지의 다른 부분에서는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최종으로 약 8000명을 고용하고 연간 50만대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 건설은 미국의 공장 건설 붐 속에서 추진됐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 전기차 생산을 늘리려는 움직임과 배터리 공장에 대한 연방 보조금 물결이 이를 이끌었다. 조지아주지사 브라이언 켐프는 2022년 가을 현대차 복합단지 건설을 시작하며 현대차의 대규모 확장 덕분에 주 경제가 새로운 정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4ICE 요원들이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약 475명을 체포했으며, 이 중 300명 이상이 나중에 본국으로 송환된 한국 국민이었다. 수색 영장에 따르면 급습의 초기 대상은 히스패닉 근로자 4명이었다. ICE 단속과 올해 근로자 사망 사고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투자인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발생했다. LG 대변인은 회사가 안전을 우선시하며 불법 고용이나 노동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