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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형 은행들 실적, 일제히 추정치 상회...주가 명암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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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형 은행들 실적, 일제히 추정치 상회...주가 명암은 엇갈려

웰스파고·씨티 주가 급등...골드만삭스·JP모건 주가는 내려
2024년 12월6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대학 지구에 있는 웰스파고 은행 지점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2월6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대학 지구에 있는 웰스파고 은행 지점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해 미국 주요 대형은행들이 14일(현지시각) 일제히 월가 전망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실적 시즌의 막이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로 투자은행 부문이 활기를 되찾은 데다 규제 당국이 은행들의 자본 요건 및 스트레스 테스트 완화를 검토하면서 은행들의 빼어난 실적을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무역 정책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들의 트레이딩 수익이 급증한 점도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5.07달러로, 시장 예상치(4.84달러)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471억2000만 달러로, 역시 월가 전망치(454억 달러)를 웃돌았다.

이에 뒤질세라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투자은행 부문의 급성장으로 투자은행 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42%나 급증하면서 3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를 활용해 채권 트레이딩 부문에서만 34억7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주식 트레이딩 부문(37억4000만 달러)과의 격차를 좁혔다.

씨티그룹도 주요 5개 사업 부문에서 모두 월가의 추정치를 웃도는 실적을 올리면서 총매출이 9%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식과 채권 트레이딩 부분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총 56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자산 기준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는 7년 넘게 적용됐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 보유 제한 규제에서 벗어난 뒤 처음으로 향후 성장 목표를 공개했다. 지난 6월 연준은 웰스파고 자산을 2조 달러로 제한했던 규제 해제를 결정했다.

웰스파고는 앞서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고객들이 모르게 고객 명의로 약 350만 개의 별도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계좌를 개설해 수수료나 연회비 등의 명목으로 비용을 부과해 규제 철퇴를 맞은 바 있다.

웰스파고는 이날 중기적으로 유형보통주자본(ROTEC) 기준 수익률을 17~18%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가이던스인 15%에서 상향된 수치로, 은행은 이미 이전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은행은 또한 향후 9개 분기 동안 11% 이상이었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0~15%로 조정하며 성장 투자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웰스파고, 가장 높이 날아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추정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가이던스(실적 전망치)를 공개했지만, 주가 흐름은 상이했다.

JP모건체이스 주가는 이날 1.89% 내린 302.14달러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도 2.04% 하락한 770.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개장 전 거래에서 주가가 상승했으나 전반적인 시장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초반 1% 가까이 내림세로 출발한 뒤 0.16% 하락 마감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이익 증가에 반해 영업 비용도 14% 증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골드만삭스가 향후 몇 주 안에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면, 씨티그룹 주가는 3.89% 급등했고, 웰스파고 주가는 7.15% 급등했다.

웰스파고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졌던 지난해 11월6일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날 KBW 은행 지수 내에서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은행이 규제 당국의 자산 상한 해제 이후 처음으로 중기 수익성 목표를 상향 조정한 점이 주가 급등을 견인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스콧 시퍼스 애널리스트는 고객 메모에서 “예상보다 강한 실적 외에도 웰스파고가 분명히 ‘공세적’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 핵심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모든 사업 부문이 추정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공개한 씨티그룹도 웰스파고에 이어 KBW 은행 지수 내에서 두 번째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