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에서 법정화폐 연동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추진 중이던 중국의 대형 IT기업들이 중국 정부당국의 제동으로 관련 계획을 중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알리바바의 앤트그룹과 전자상거래기업 징둥닷컴 등 주요 민간기업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당초 홍콩의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자산 담보형 토큰화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중앙정부의 우려 표명 이후 모두 계획을 보류했다. 인민은행 관계자들은 “민간 기업이 어떤 형태로든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기 시범 사업 참여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민간이 운영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인민은행이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e-CNY) 프로젝트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진짜 쟁점은 ‘화폐 발행의 주체가 중앙은행인가, 민간기업인가’라는 문제”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된 가상화폐로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거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때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유지 수단으로 적극 지지했던 흐름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8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 등록을 시작하며 ‘본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자임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 금융 관계자들은 위안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으 최근 인민은행 전 총재 저우샤오촨의 발언 이후 규제 기조가 한층 신중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저우 전 총재는 8월 말 비공개 금융포럼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과도한 자산 투기 사용은 금융 불안과 사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기술적 토큰화 수요를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매 결제 부문에서는 비용 절감 여지가 거의 없다”며 스테이블코인 혁신론을 과장된 담론으로 평가했다.
FT는 “중국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디지털 위안화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민간 부문이 화폐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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