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수익→고소득층 소비 연결고리 끊기면 경기침체 불가피

배런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월가 전문가들의 이런 우려를 전했다.
AI 투자가 美 경제성장 4분의 1 떠받쳐
BNP 파리바의 제임스 에겔호프 수석 경제학자는 "AI가 경제를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밝혔다. 그의 경제팀 연구에 따르면 AI 투자는 올해 1~6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분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BNP 파리바 경제학자들은 잠재력 있는 게임 체인저 기술에 투자하면 GDP에 크게 이바지하는 게 정상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주식시장 상승세가 AI 붐에 얼마나 의존하게 됐는지를 생각하면 위험 집중이 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만 애플, 아마존, 알파벳, 브로드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라클, 팔란티어, 테슬라 등 AI 관련 주식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시가총액 증가분 7조5800억 달러(약 1경904조 원) 가운데 약 58%를 차지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마이클 셈발레스트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뒤 AI 관련 주식이 S&P 500 수익의 75%, 이익 성장의 80%, 자본 지출 성장의 90%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순환 투자 구조에 경고음
최근 주가 상승은 앞으로 이뤄질 AI 투자 발표에 따른 대규모 상승이 특징이다. 대형 언어모델 선두 주자인 오픈AI는 오라클에서 5년간 3000억 달러(약 431조500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약속받았고, AI 칩 제조사 AMD 지분 10%를 사들였다. 한편 AI 칩 공급 선두 기업인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 달러(약 143조8600억 원)를 투자했다.
펀드스트랫의 하르디카 싱 경제 전략가는 지난달 11일 고객 보고서에서 "경제 운명이 AI와 뗄 수 없이 얽혀 있는데, 투자가 돌고 도는 구조로 보이기 시작하면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썼다.
웰스파고의 수석 주식 전략가는 지난 9월 9일 고객 보고서에서 S&P 500이 내년 말까지 720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AI 자본 지출이 멈추면 음악도 멈춘다"고 밝혔다.
영국 매크로스트래티지파트너십의 줄리앙 가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자본을 잘못 쓰는 일"이 지금의 AI 열풍을 닷컴 거품의 17배, 2008년 부동산 거품의 4배 규모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득층 소비 감소가 경기침체 촉발
투자자들뿐 아니라 에겔호프 같은 경제학자들도 AI 열풍이 언제 갑자기 멈출지 고민하고 있다. 에겔호프는 경제가 AI에 "지렛대를 댄 상태"라고 짚었다. GDP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을뿐더러, 치솟는 주식시장이 고소득층 지갑을 채우고 소비 지출을 늘리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에겔호프는 "과거보다 경제가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에 더 민감해졌다"며 "고소득 소비자에게 소비 지출을 더 많이 의존하게 됐고,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얻은 이익을 생각하며 지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AI 거래가 급격히 풀리면 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대형 기술 기업의 자본 지출이 둔화하는 부정적 영향까지 더하면 AI 거품이 터질 때 GDP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뚜렷한 근거가 있다.
에겔호프는 "AI가 약속한 것을 이루지 못하면 경제가 아래로 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겔호프와 다른 전문가들은 AI 침체가 미국 경제성장 이야기를 완전히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최고 글로벌 전략가는 "순조롭게 흘러가면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켈리는 모든 경기침체가 똑같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2000년 닷컴 거품이 터졌을 때 이어진 경기침체는 "역사 기준에서 전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실업률은 4.3%에서 5.5%로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일어난 경기침체 때는 5%에서 9.5%로 급등했다.
골드만삭스의 조셉 브릭스 경제학자는 최근 고객 보고서에서 "AI 지출은 너무 크지 않다"며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수백억 달러의 자본 지출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응용 프로그램이 생산성을 실제로 높이고 있으며, 프로그램이 계속 정교해진다면 컴퓨팅 처리 비용이 수백억 달러의 지출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