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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유니트리, '인간 얼굴' H2 로봇 공개…70억 달러 IPO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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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 유니트리, '인간 얼굴' H2 로봇 공개…70억 달러 IPO '출사표'

'불쾌한 골짜기' 논란에도 1400대 출하 '세계 1위' 기염
"진짜 노동까진 수년"…3단계 자율성 향한 '기술 자립' 시험대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H2'. H2는 인간과 흡사한 '바이오닉 얼굴'과 정교한 발레 동작 등을 선보이며 70억 달러(약 500억 위안)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유니트리 로보틱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H2'. H2는 인간과 흡사한 '바이오닉 얼굴'과 정교한 발레 동작 등을 선보이며 70억 달러(약 500억 위안)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유니트리 로보틱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실물 크기의 바이오닉 휴머노이드 로봇 'H2'를 선보이며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H2의 등장은 고성능 상용 휴머노이드의 시대가 공상 과학의 영역을 넘어 시장 현실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각) 판데일리, 시나 등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H2는 키 182cm(폭 456mm, 두께 218mm), 무게 약 70kg(배터리 포함)으로 성인 남성의 신체 비율과 흡사하다. 최근 유니트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H2는 단순 보행을 넘어 발레와 같은 정교한 회전 동작, 발끝 서기, 우아한 팔 뻗기 등을 수행했다. 심지어 인간 모델과 함께 패션쇼 런웨이를 걷는 모습까지 연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번 모델에서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라인업 최초로 적용한 '완전한 바이오닉 얼굴'이다. 창업자 왕싱싱(Wang Xingxing) 대표는 "이전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사용자들이 실물과 같은 존재감을 표현할 수 있는 '얼굴다운' 로봇을 원했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H2는 31자유도(DOF)를 구현해 H1 시리즈보다 19% 증가했다. 다리에는 최대 360N·m, 팔에는 120N·m에 이르는 고토크 액추에이터를 장착했다. 프레임은 항공기급 알루미늄-티타늄 합금과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제작했으며, 듀얼 아이 스테레오 비전(카메라), 마이크 및 스피커, 광각 시야(Frontal Wide-FoV) 센서, 그리고 엔비디아의 젯슨 AGX 토르(Jetson AGX Thor) 기반의 고성능 온보드 컴퓨터(최대 2,070 TOPS)를 탑재했다. 또한 15Ah 리튬 배터리를 장착해 최대 3시간 동작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 6와 블루투스 5.2 연결성도 지원한다.
유니트리가 H2의 전체 사양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시연 영상만으로도 전작인 H1보다 월등히 부드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H1 모델은 156cm의 키에 47~73kg의 무게, 27~28 자유도(DOF), 3.3m/s의 보행 속도를 갖춘 바 있다.

다만, H2의 바이오닉 얼굴을 본 일부 시청자들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효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Masahiro Mori)가 제시한 개념으로, 로봇이 인간과 거의 흡사해질수록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불쾌한 골짜기' 논란…"진짜 노동까진 수년 더 필요"


왕싱싱 대표는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개발 로드맵을 3단계로 제시했다. 1단계는 무술이나 댄스처럼 미리 입력한 동작을 실행하는 단계, 2단계는 실시간 동작 명령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수준이며, 3단계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물 따르기, 주변 정돈 등 기본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단계다.

왕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조립이나 인간과의 협업 제조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몇 년의 연구개발(R&D)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현재 H2는 1단계와 2단계의 중간 지점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레나 무술 시연은 미리 입력한 정밀성을 보여주지만, 유연한 동작 전환과 바이오닉 얼굴은 초기 상호작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진정한 자율성을 의미하는 3단계가 언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70억 달러 가치 목표…기업공개(IPO) '초읽기'


유니트리는 로봇 개발을 넘어 자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2025년 10월에서 12월 사이 기업공개(IPO)를 신청, 약 500억 위안(약 7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로이터와 36Kr 등 외신은 5000억 위안에 이른다는 초기 중국 시장의 보도는 과장된 것이며, 세계 분석가 대부분이 500억 위안을 적정 추정치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트리가 규제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저장성 증권감독관리국은 지난 7월 유니트리가 CITIC 증권을 주관사로 IPO 지도 단계에 진입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유니트리의 마지막 펀딩 라운드 당시 기업 가치는 약 120억 위안으로, IPO가 성공할 경우 기업 가치가 4배 이상 급증한다.

2024년 기준 유니트리의 수익 구조는 4족 보행 로봇(로봇견) 65%, 휴머노이드 30%, 관련 부품 5%로 이루어졌다. H2의 예상 가격은 일반 모델이 3만 달러(약 4300만원) 선이며, 고성능 연구용(EDU) 버전은 8만 달러(약 1억 1400만 원)에서 12만 달러(약 1억 72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등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연구/교육 전용 EDU 버전은 추가 컴퓨팅 유닛(코어 i5+i7, Thor)과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등 독립된 개발 플랫폼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의 '기술 자립' 정책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어, IPO 시기는 매우 유리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