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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84세로 별세…이라크전 강경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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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84세로 별세…이라크전 강경론자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폐렴과 심장·혈관 질환으로 84세에 별세했다고 그의 가족이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9·11테러 이후 개시된 미국의 대테러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을 밀어붙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미국 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하면서도 논란이 큰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라크전이 전략적 실패이자 인도적 재앙이라는 비판이 커졌고 이같은 여론은 미국 정치권에서 해외 개입에 대한 경계심을 강화하는 배경이 됐다고 WSJ는 전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백악관을 떠난 뒤에도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그는 2016년 인터뷰에서 “19명의 테러범이 비행기표와 커터칼만으로 뉴욕과 워싱턴을 공격할 수 있었다면 미국이 스스로 경계를 늦추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평생 심장 질환을 앓아온 체니 전 부통령은 2012년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이후에도 공화당 내 안보 강경파의 상징적 인물로 남았고 딸 리즈 체니가 하원 공화당 지도부에 오르는 과정도 지켜봤다.

그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두 차례 부통령을 지냈다.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 권한을 폭넓게 해석하는 ‘통합 행정부’ 이론을 앞세웠고 해외 비밀구금과 가혹한 심문 방식,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 의혹 등으로 논란을 불렀다. 전쟁에서 미군 사상자가 늘었지만 체니 전 부통령은 후퇴하지 않았다.

퇴임 이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체니 전 부통령은 내가 그의 생애에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말했다는데 내 생각에 체니 전 부통령은 내 생애 최악의 대통령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체니 전 부통령은 국방·의회·백악관을 두루 거친 실세로 꼽힌다. 그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과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고 1980년대에는 하원 공화당 지도부로 활동했다. 1989년에는 국방장관을 맡아 파나마 침공과 걸프전 등 주요 군사작전을 지휘했다.

정계를 떠난 뒤에는 에너지 기업 할리버턴 최고경영자로 이동해 회사를 주요 석유장비 공급사로 성장시켰지만 인수 뒤 발생한 석면 관련 손실로 비판도 받았다. 이후 그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를 설립해 해외 개입론과 강경한 대외정책을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