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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산 선박 입항료 부과 중단…40년 만의 조선업 재건 노력 중단시키는 '값비싼 실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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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산 선박 입항료 부과 중단…40년 만의 조선업 재건 노력 중단시키는 '값비싼 실수' 우려

트럼프 행정부 '무역 휴전' 일환 조치, 연간 수백만 달러 운임 징수 정책 폐지
中, 글로벌 선박 건조 55% 점유…美 공급망 취약성 심화 지적
2021년 4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롱비치항-로스앤젤레스 항만 단지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박에서 선적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4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롱비치항-로스앤젤레스 항만 단지의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박에서 선적 컨테이너를 하역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단행한 '무역 휴전' 조치로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를 중단한 것은 미국의 조선 역량을 재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중단시키는 값비싼 실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6(현지시각) 배런스는 중국의 해상 지배력 확대가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워싱턴이 중국에 대한 중요한 영향력을 포기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세계의 바다' 장악한 베이징, 美 공급망 취약성 부각


미국은 식량, 의약품, 전자제품 등 모든 것을 공급하는 데 있어 중국이 건조, 소유 또는 운영하는 선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항구를 통해 이동한 5조 달러(7292조 원) 이상의 상품 중 약 3조 달러(4375조 원) 규모의 수입품이 포함되었으며, 이 거래의 거의 3분의 1이 중국 관련 선박을 통해 이루어졌다.

한때 세계 조선 강국이었던 미국이 이제 중국 선단에 공급망의 핵심을 맡긴 상태이며, 이러한 수입 의존도는 미국 공급망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점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압도적 해상 지배력


중국은 지난 25년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해상 지배력 확장을 추진해 왔다. 보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약 910억 달러(132조 원)로 추산되는 정부 지원 덕분에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선박 건조량의 55%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1999년의 5%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중국은 매년 1700척이 넘는 대형 상선을 건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조선·해운 분야 조사기관인 클락슨 자료를 인용한 최근 보도에서 지난해 중국은 보상 총 톤수(CGT) 기준으로 전 세계 상업용 선박의 53%를 건조했으며, 이는 20년 전 약 15%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28%, 일본은 12%를 차지했으나, 미국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중국은 전 세계 해운 컨테이너의 95%와 항만 크레인의 70%를 생산하며, 중국 국유 기업들이 약 100개의 주요 세계 항만을 통제하거나 지분을 보유하는 등 다른 해운 및 물류 부문에서도 지배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쇠퇴와 전략적 안보 위협


반면, 미국은 197577척의 상선이 건조 중이던 세계 10대 선박 생산국이었으나, 현재 발주된 선박은 5척도 되지 않으며 세계 19위로 추락했다. 이러한 문제의 상당 부분은 1982년 레이건 행정부가 연방 조선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시작되었다. 지원이 끊긴 미국 조선소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외국 경쟁사들과 경쟁해야 했고, 1990년대 초에는 미국 상선 생산이 사실상 중단되어 약 75000개의 숙련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망과 해상 물류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미국의 경제뿐 아니라 국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군수품의 약 90%가 해상 운송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에 대한 해상 의존도는 전략적 취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입항료 중단'의 파장, 조선업 재건 인센티브 제거 및 中 '지연 외교'에 휘둘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중국과의 '무역 휴전'의 일환으로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를 중단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초 이 입항료 정책은 중국 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에 대해 미국 항구를 순회할 때마다 화물 용량(순톤당) 50달러(7만 원)를 부과하고, 2028년에는 톤당 140달러(20만 원)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중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사용하는 비중국계 선사에게도 톤당 18달러(2만 원) 또는 컨테이너당 120달러(17만 원) 중 더 높은 금액을 부과했다. 일반적인 컨테이너선의 경우 연간 수백만 달러의 운임을 의미하는 이 정책은 무역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보조금으로 창출된 불공정한 이점을 상쇄하기에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정책은 선주들이 3년 이내에 미국산 선박을 주문하면 이러한 운임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의 조선 역량을 재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했다.

입항료 정책은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지난여름, 선사들이 부과될 예정인 요금에 대비해 선박을 미리 재배치하면서 미국의 3대 주요 항로에서 중국산 선박의 점유율이 거의 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류리(Drewry) 분석가들은 이 정책으로 인해 올해 안에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선박 20척 중 1척만이 중국산 선박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글로벌 해운 연합 또한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기보다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재분배하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항료를 일시 중단하는 것은 베이징의 벼랑 끝 전술을 부추기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다는 비판이다. 이들 동맹국은 미국과 조선 및 해양 복원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배런스는 중국이 압박이 고조되면 "대화와 협력"을 약속하지만, 위협이 수그러들면 중상주의적 전략을 재개하는 '지연 외교의 달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매달 지연되는 동안 중국 조선소들은 미국 조선소들이 가만히 있는 동안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업계 로비스트들의 추가 연장 요구 등으로 이 '일시적' 중단 조치가 영구적인 양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 가능한 한 빨리 입항료를 부활시키고 해상 자립을 향한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월가에서 지배적인 견해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