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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지분 팔고 오픈AI에 올인…손정의 ‘AI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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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엔비디아 지분 팔고 오픈AI에 올인…손정의 ‘AI 승부수’

58억 달러 규모 엔비디아 지분 매각 후 오픈AI에 300억 달러 투자 집중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2월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업을 위한 AI 홍보 행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2월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업을 위한 AI 홍보 행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이번 매각 규모는 약 58억 달러(약 8조5000억 원)에 달한다.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AI 산업에 대한 ‘초대형 베팅’을 이어가기 위해 최근 엔비디아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소프트뱅크는 10월에 3210만 주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1.6%가량 내린 195달러대에 거래됐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초 오픈AI에 75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내년 1월까지 추가로 225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총 300억 달러 규모로, 오픈AI에 투자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이번 매각 소식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2분기(7~9월)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16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은 오픈AI 투자 가치 상승이다. 소프트뱅크는 해당 분기 오픈AI 투자에서 2조1570억 엔(약 140억 달러) 규모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WSJ은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가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부상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도쿄증시에 상장된 소프트뱅크 주가는 올해 들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번 엔비디아 지분 매각은 손정의 회장이 과거 엔비디아 주식을 일찍 팔아 막대한 수익 기회를 놓친 것을 “뼈아픈 실수 중 하나”로 언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프트뱅크와 자회사인 자산운용 부문은 지난 10월, 엔비디아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던 시점에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지난 2019년에는 엔비디아 지분을 처분해 당시 단기 차익을 거뒀지만, 이후 폭등한 주가 상승분은 놓친 바 있다.

요시미츠 고토 소프트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오픈AI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일부 기존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오픈AI에 최대 400억 달러(약 58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0억 달러는 공동 투자자들과 나눠 투자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공동 투자자들이 전체 금액을 모두 약정했다”면서 “오는 12월에는 ‘비전펀드2‘를 통해 오픈AI에 22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투자는 오픈AI가 최근 기업 구조를 비영리 기반에서 일반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자금 조달과 인재 유치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한편, 오픈AI는 지난 9월 소프트뱅크 및 오라클과 공동으로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국 내 5개 데이터센터 부지를 발표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AI 산업에 대한 ‘공격적 베팅’을 이어가며 수년간의 보수적 투자 기조에서 완전히 탈피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스위스 산업 대기업 ABB의 로봇사업부를 54억 달러(약 7조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