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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현 추세라면 향후 25년간 석유·가스 수요 증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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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현 추세라면 향후 25년간 석유·가스 수요 증가할 것”

2050년까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수요 전망. 사진=IEA이미지 확대보기
2050년까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수요 전망. 사진=IEA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 각국이 현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향후 25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EA는 최근 펴낸 ‘세계 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에서 “지속되는 화석연료 의존과 기후정책 후퇴로 인해 탄소배출 감소는 사실상 멈췄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 “1.5도 목표 달성, 10년 내 사실상 불가능”


이번 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약화되고 전력·에너지 안보를 중시하는 흐름이 강해지는 현실을 반영해 새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2024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지만 국제 에너지정책 의제에서 ‘기후변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보고서에서 “현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길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그 초과폭을 제한할 수 있는 경로도 이미 손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 ‘현행정책 시나리오’ 복귀…석유 하루 1억1300만배럴까지 증가


이번 보고서에서 IEA는 앞으로 25년 동안 지금처럼 새로운 기후정책을 내지 않고 현재의 정책만 유지할 경우를 가정한 ‘현행정책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이는 각국이 향후 25년간 새로운 기후·에너지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IEA는 “2024년 하루 1억배럴 수준인 원유 수요가 2050년에는 1억1300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보급률은 2035년 약 40%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천연가스 수요 역시 증가세를 유지하고 석탄 소비만 이른 시점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력 수요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전·냉방기기 확산 등으로 2035년까지 약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IEA는 “이 가운데 80%는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지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선진국보다 인도·동남아 등 신흥국이 주도”


IEA는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은 여전히 ‘모든 에너지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석유·가스 생산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수요 증가의 중심은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에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 투자는 주로 선진국에 집중돼 있지만 에너지 수요의 대부분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세계 에너지 구조의 축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재생에너지 성장세는 계속”


세계재생에너지연합의 브루스 더글러스 대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청정에너지는 여전히 큰 폭의 성장을 보인다”며 “향후 늘어나는 전력 수요 대부분은 재생에너지로 충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5년 브라질 베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공개됐다. IEA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질 경우 탄소중립 목표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며 “각국이 정책적 전환에 나서지 않는다면 에너지 시장은 화석연료 의존의 ‘긴 터널’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