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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도 못 살리나...다시 고개 든 AI 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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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도 못 살리나...다시 고개 든 AI 거품 우려

엔비디아가 20일(현지시각)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뉴욕 주식 시장을 살려내는 데 실패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가 20일(현지시각)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뉴욕 주식 시장을 살려내는 데 실패했다. 사진=로이터

엔비디아가 20일(현지시각) 주식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전날 장 마감 뒤 기대 이상의 분기 실적과 탄탄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4% 넘게 급등하고, 20일 오전에는 5% 급등했던 엔비디아는 이후 상승 폭이 좁혀지더니 결국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오라클을 시작으로 인공지능(AI) 종목들이 차익 실현 매물 속에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하더니 결국 엔비디아까지 하락하며 주식 시장을 함께 끌어내렸다.

깜짝 실적과 낙관 전망으로 잠잠해지는 듯 했던 AI 거품론을 끝내 잠재우지 못함에 따라 AI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엔비디아는 3.15% 급락한 180.64달러로 마감했다.

미 고용지표와 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


엔비디아와 구글 등을 중심으로 한 AI 상승세에 제동을 건 것은 이날 뒤늦게 공개된 미국의 9월 고용동향이었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예정보다 7주 늦게 공개된 고용동향에 미 노동시장은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실업률은 8월 4.2%에서 9월 4.3%로 0.1%포인트 상승하며 2021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신규 취업자 수가 기대 이상이었다.
이날 수정돼 4000명 감소로 나타난 8월과 달리 9월 신규 취업자 수는 11만9000명에 이르렀다. 시장 예상치 5만명을 압도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추가 인하 기대감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이미 다수 위원들이 12월 추가 인하에 회의적이라는 점이 확인된 데 이어 이날 미 노동시장이 아직은 긴급하게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 짐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가 불필요할 것이란 예상이 급속히 확산됐다.

모든 것이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것을 상정해 고공 행진하던 AI 관련주들의 거시 기반이 허물어졌음을 뜻한다.

저항선 못 넘자 매도 돌변


뉴욕 주식 시장은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들 강세 속에서도 저항선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매도세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 실적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이 6800이다. 이날 오전 6770.35까지 올랐던 이 지수는 이 벽을 깨지 못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나스닥 지수 역시 2만3147.33까지치 솟았지만 역시 저항선 2만5000의 벽은 뚫지 못했다.

연준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속에 주식 시장의 오전 급등세가 저항선에서 막히자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기관의 매도세 속에 하락 흐름이 강화되면서 주식 시장이 돌연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조정 불가피


엔비디아의 탄탄한 실적도 AI 거품 우려를 잠재우지 못함에 따라 주식 시장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부 지표들은 이런 조정을 거치고 나면 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찾고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시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날 주식 시장 급등세를 약세로 돌려 세운 탄탄한 미 거시 경제 지표들이 투자 심리를 부양하면서 미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다만 AI 관련주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무역 긴장 지속, 연준의 금리 인하 제동과 같은 불안 요인들이 잠재해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매수 기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AI 관련주 급락세가 외려 매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 전망도 내놓고 있다.

AI 혁명은 길게 볼 때 여전히 초기 단계이고 인프라 투자와 혁신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밸류에이션 부담, 이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거시 경제 역풍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변동성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흐름이 바뀐 것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브리지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AI 거품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거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팔지는 말라”고 충고했다. 공포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충고다.

그렇지만 달리오는 자산 가격에 거품이 낀 시장 환경에서는 그 이후 10년 동안의 투자 수익률이 매우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투자 전략을 신중하게 조정할 필요는 있다고 권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