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 '로봇 두뇌' 스킬드AI와 협력…서울 공장 가동중단 40% 단축

미국 로봇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킬드AI가 개발한 범용 로봇 두뇌 시스템이 다리가 잘린 로봇을 7~8초 만에 재가동시키는 등 획기적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LG CNS는 이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서울 스마트 팩토리 시범 사업에서 자동 수리 경로를 활용해 공장 가동중단 시간을 40%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미국 테크 매체 쿼사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킬드AI는 2023년 카네기멜론대학교 딥파크 파탁, 아비나브 굽타 교수가 설립한 로봇 AI 전문기업이다. 두 창업자는 메타(옛 페이스북) AI 연구원 출신으로, 로봇 특화 AI 모델 개발에 집중해왔다.

스킬드 브레인의 핵심은 10만 가지 로봇 변형을 아우르는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사전 학습을 거쳐 천 년 가까운 가상 경험을 축적한다는 점이다. 물리 시뮬레이션과 인간 영상 클립, 실제 텔레메트리를 결합한 이 방대한 데이터셋은 AI가 구체적인 내용을 암기하기보다 보편적인 전략을 학습하게 만든다.

그 결과 제로샷 적응이 가능해졌다. 스킬드 브레인을 처음 보는 로봇에 적용하면 수 초 내에 제어 방법을 터득한다. 지난 7월 스킬드AI 블로그에 공개된 시연 영상에서는 평지에서 훈련된 네발 로봇이 미끄러운 경사면을 능숙하게 오르고, 어질러진 환경을 접해본 적 없는 테이블 위 로봇 팔이 지저분한 주방에서 물체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9월 공개된 영상에서는 엔지니어가 전기톱으로 네발 로봇의 다리를 자르는 실험이 화제가 됐다. 로봇은 당황하지 않고 7~8초 만에 재조정 작업을 마쳤다. 손상된 부위를 보완하기 위해 허벅지 관절을 과장되게 흔들어 세 다리로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프로토타입 로봇 팔이 '고장난' 관절에 적응해 밀리초 단위로 토크를 재분배하는 모습을 시험한 뒤 "즉석에서 진화하는 생명체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스킬드AI는 지난해 7월 3억 달러(약 439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5억 달러(약 2조 19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제프 베조스가 베조스익스페디션스를 통해 참여했고,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코아투매니지먼트, 소프트뱅크, 세쿼이아, 아마존 산업혁신펀드가 투자자로 나섰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28일 소프트뱅크가 스킬드AI에 5억 달러(약 7320억 원) 투자를 주도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창업 2년 만에 기업가치가 40억 달러(약 5조 8600억 원)로 뛰어오른다. 총 누적 투자액은 8억 1400만 달러(약 1조 1920억 원)에 이른다.

현재 24개 투자사와 100명 이상 팀(상당수가 오픈AI와 딥마인드 출신)으로 성장한 스킬드AI는 하드웨어를 경직된 프로그래밍에서 해방시키는 플러그 앤 플레이 지능형 계층을 제공하는 '로봇 두뇌의 엔비디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DGX 클라우드를 제공해 페타바이트급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 6월 17일 스킬드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다.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협력 내용을 보면 LG CNS는 스킬드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기술과 자체 로봇 제어·관리 플랫폼,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개발한 하드웨어를 결합한 'AI 휴머노이드 로봇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스마트 제조, 물류, 도시 인프라 분야 고객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전개한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문장 전무는 "세계적인 AI 로봇 기업 스킬드AI와 협력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능형 AI 로봇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며 "AI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고객사 업무 혁신과 사업 성과 창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도 스킬드AI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 1000만 달러(약 146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KED글로벌은 지난 6월 17일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50.2% 성장해 2035년까지 약 380억 달러(약 55조 68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로봇 분야 투자금은 32억 달러(약 4조 6900억 원)에 달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