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명화신, 우크라전 핵심 FPV드론 러스탁트 주주 참여…"부품 공급 넘어 자본 결합“
중·러 군산 협력이 부품 거래에서 자본 결합으로 진화. 중국 드론 부품 공급사가 러시아 공격드론 제조사 지분 5% 인수명화신, 2023년 중반 이후 러스탁트에 4460억 원 부품 공급. 러시아 드론 생산 하루 수천 대, 월 수만 대 규모로 중국 부품에 절대 의존
서방 제재 우회 루트 고도화. 중국 민수 부품이 러시아 전쟁 수행 핵심 자원으로 전환되는 구조 확인
이미지 확대보기FT가 입수한 지난 9월 러시아 기업 등록 서류에 따르면, 중국 남부 선전 기반 사업가 왕딩화(王鼎華)가 러시아 드론 제조업체 러스탁트(Rustakt) 지분 5%를 취득했다. 러스탁트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VT-40 1인칭시점(FPV) 공격드론을 생산하는 핵심 업체다.
왕씨가 소유한 선전 명화신(深圳明華新)과 계열사들은 이미 러스탁트와 관련 기업에 드론 부품을 대량 공급하는 주요 공급자다. FT 분석에 따르면, 명화신은 2023년 중반 이후 러스탁트에 3억 400만 달러(약 4460억 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했으며, 관련 기업인 산텍스 플랜트에도 1억 700만 달러(약 1570억 원) 규모 제품을 공급했다.
부품 공급 넘어 지분 참여로 심화된 협력
러시아 관세 기록에 따르면, 러스탁트는 명화신으로부터 리튬이온 배터리 1억 1000만 달러(약 1610억 원), 모터 8700만 달러(약 1270억 원), 컨트롤러 6400만 달러(약 940억 원)어치를 구매했다. 산텍스 플랜트 역시 컨트롤러 6600만 달러(약 970억 원), 직류 모터 3700만 달러(약 540억 원)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FT가 해당 서류를 확인한 지 하루 만에 러스탁트의 모든 소유권 기록이 러시아 공식 기업 등록부에서 삭제됐다. 지분 이전 관련 자료도 러시아 내 민간 기업정보 사이트에서 제거됐다. 자료 삭제 당시 러스탁트는 사업가 파벨 니키틴이 95%를 보유한 것으로 등재돼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제재 대상인 러스탁트는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러시아 '심판의 날' 프로젝트 참여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 프로젝트는 무인항공기를 공급하고 조종사를 훈련하는 전쟁 지원 사업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소재 국방개혁센터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스탁트는 2023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러시아 내 FPV 드론 부품 최대 수입업체였다. 2023년 러시아 국영 언론 보도에 따르면, VT-40은 포병 부대, 공병, 공수부대, 해병대에 배치됐으나 군 내부에서 조립 품질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미지 확대보기"하루 수천 대 생산, 중국 부품 없인 불가능"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드론 전문가 새뮤얼 벤뎃은 "러·중 군산복합체 협력 증가와 모스크바의 중국 드론 부품 의존도를 고려할 때 이번 지분 인수에는 논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활동하는 분석그룹 프론텔리전스 인사이트를 운영하는 전직 우크라이나 장교는 "VT-40이 러시아군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라며 "2023년 전장에 처음 등장한 이후 전자전 대응력과 제어 시스템을 개선하는 여러 업그레이드를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지는 않지만 대량 생산, 저렴한 가격, 안정된 공급이 러시아군에 지속적인 전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 서류 검토 결과, 왕씨는 선전 나스민 투자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파벨의 형제로 추정되는 벨라루스 출신 에고르 니키틴이 나머지 90%를 소유하고 있다. 러시아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의 성, 부칭, 생년월일이 동일해 쌍둥이 형제일 가능성이 있다. 러스탁트는 중국에서 금속 가공 기계와 플라스틱 사출 성형 장비도 수입했으며, 이들 장비는 왕씨가 대주주인 선전 키오스크 일렉트로닉이 공급했다.
국방개혁센터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소장은 "러시아는 FPV 드론을 산업 규모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하루 수천 대, 월 수만 대 수준 생산이 러시아 드론 네트워크를 통해 러스탁트와 다른 업체들의 협력으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러시아 업체는 모두 중국산 무브러시 모터와 전자부품을 중개업체와 수입업자 네트워크를 통해 결정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FT가 명화신 등록 주소를 방문한 결과, 선전 키오스크 일렉트로닉이 해당 건물 13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로비에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화면과 전자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직원은 명화신을 키오스크의 사업 파트너로 설명하면서 사장이 왕씨인지 묻자 "그렇게 이해해도 된다"라고 답했다. 그는 추가 연락처 제공을 거부하며 왕씨와 다른 경영진이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왕씨의 지분 인수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분쟁 어느 쪽에도 치명적 무기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민군 겸용 기술을 엄격히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러스탁트와 산텍스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명화신과 나스민도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