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부로 긴축 종료, 인플레보다 ‘금융 시스템 마비’ 공포 커져
지급준비금 바닥 드러낸 美 금융시장…머니마켓펀드(MMF)가 ‘1차 뇌관’
경기 부양 아닌 시스템 붕괴 막기 위한 ‘고육지책’…투자자 주의 요망
지급준비금 바닥 드러낸 美 금융시장…머니마켓펀드(MMF)가 ‘1차 뇌관’
경기 부양 아닌 시스템 붕괴 막기 위한 ‘고육지책’…투자자 주의 요망
이미지 확대보기유동성 저수지의 바닥… “가스 냄새가 난다”
양적 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해도 재투자하지 않고 대차대조표를 축소,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풀렸던 막대한 유동성을 회수하겠다는 ‘고귀한 목표’로 시작됐으나, 그 끝은 시스템 리스크라는 암초였다.
코로나19 때 경제가 나빠져 연준이 '돈'이라는 영양제를 계속 공급했다. 덕분에 경제는 살아났지만, 부작용으로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그래서 연준은 "이제 건강해졌으니 영양제를 끊고 다이어트(양적 긴축)를 하자"고 했다. 이것이 물가를 잡겠다는 '고귀한 목표'였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시킨 나머지, 경제가 기초 체력(필수 현금)까지 잃고 비틀거리게 되었다. 물가를 잡으려다 경제가 영양실조로 쓰러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은행의 지급준비금(Reserves) 부족이다.
연준이 채권을 매각하면 시중의 현금이 연준으로 흡수되는데, 이 과정이 지속되면서 시중 은행들이 보유해야 할 최소한의 현금 완충막인 지급준비금이 위험 수위까지 낮아진 것이다. 마켓워치는 이를 두고 “누군가가 마침내 가스 냄새를 맡았다”고 표현했다. 여기서 가스 냄새란 2019년 9월 발생했던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시장 발작과 같은 단기자금시장의 급작스러운 경색을 의미한다.
만약 연준이 12월에도 QT를 고집했다면, 연말 자금 수요와 맞물려 금리가 폭등하고 금융기관 간 돈맥경화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첫 번째 도미노는 ‘머니마켓펀드(MMF)’
이번 결정의 결정적 트리거(Trigger)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불안 징후다. MMF는 기업의 단기 운전자금이나 투자자들의 대기 자금이 머무는 곳으로, 금융시장의 최전선에 위치한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 MMF는 안전한 피난처였으나, 지급준비금이 말라가는 상황에서는 가장 취약한 고리가 된다. 은행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단기 자금 공급을 줄이면, 레포 금리가 치솟고 MMF의 수익 구조가 흔들리거나 대규모 환매 사태(Run)가 발생할 수 있다.
마켓워치는 “경제에 또 다른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 MMF가 쓰러지는 첫 번째 도미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MMF 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 있다. MMF는 이자를 많이 주는 '단기 저금통'이다. 금리가 높을 때 사람들이 은행 예금 대신 MMF에 돈을 엄청나게 넣었다. 그래서 MMF 시장에 자금이 역사상 가장 많이 찼다.
그런데 정작 이 돈을 굴리고 돌려줘야 할 은행들(출구)은 연준의 긴축 정책 때문에 수중에 현금(지급준비금)이 거의 없다. 만약 사람들이 불안해서 "내 돈 돌려줘!" 하고 한꺼번에 출구로 몰려들면(환매 사태), 덩치 큰 MMF가 좁은 은행 문을 통과하지 못해 압사 사고가 난다. 은행은 내줄 돈이 없고, MMF는 파산 위기에 몰린다. 이것이 무서워서 연준이 급하게 긴축을 멈춘 것이다.
‘피벗(Pivot)’의 시작인가, 위기의 서막인가
연준의 QT 종료는 사실상 통화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사이클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동성 흡수를 멈췄다는 것은 곧 시장에 다시 윤활유를 공급하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투자자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조치는 ‘경기 부양’이 아닌 ‘사고 방지’ 차원이다. 연준이 긴급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그만큼 수면 아래의 부실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은 곧바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져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이제 시장의 눈은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쏠린다.
QT 종료에 이어 기준금리 인하까지 단행될 경우, 이는 단순한 정책 전환이 아니라 연준이 경기 침체(Recession)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방어 태세로 전환했음을 시사한다. 유동성 파티가 다시 시작될지, 아니면 도미노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게 될지, 지금은 현금 흐름을 면밀히 살려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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