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덮친 ‘회색지대 도발’ 공포… 프랑스 핵잠수함 기지 드론 5대 동시 침투
아일랜드선 젤렌스키 탄 VIP기 위협… 러시아 배후 ‘하이브리드 전쟁’ 의혹 증폭
뚫리는 유럽 하늘, 韓 ‘안티 드론’ 기술이 해법… 한화·LIG 수출 청신호 되나
아일랜드선 젤렌스키 탄 VIP기 위협… 러시아 배후 ‘하이브리드 전쟁’ 의혹 증폭
뚫리는 유럽 하늘, 韓 ‘안티 드론’ 기술이 해법… 한화·LIG 수출 청신호 되나
이미지 확대보기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현지시각) 프랑스군이 대서양 연안 전략 핵잠수함 기지 상공을 침범한 드론 5대를 포착해 대응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용기를 위협한 것으로 의심되는 드론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佛 국방부 "군사기지 비행 불가"… 전파 차단으로 무력화
프랑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저녁, 브르타뉴 지방의 일롱그(Île Longue) 반도 상공에서 미확인 드론 5대가 식별됐다. 일롱그 기지는 프랑스 해군의 전략원잠(SSBN) 4척이 주둔하는 곳으로, 프랑스 핵 억제력의 핵심이자 최고 등급 보안 시설이다.
카트린 보트랑 프랑스 국방장관은 "우리나라의 모든 군사기지 상공 비행은 엄격히 금지된다"며 이번 사건을 공식 확인했다. 보트랑 장관은 드론의 발진 원점이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레데릭 테이에 검사는 "총기를 사용해 격추하지는 않았으나, 군이 전파 방해(Jamming) 장치를 발사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물리적 파괴(Hard Kill) 대신 소프트 킬(Soft Kill) 방식을 사용해 기지 안전을 확보하면서 드론을 무력화했음을 시사한다.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기지 병력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드론의 종류나 제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현재 프랑스 사법 당국은 이번 사건과 외국 세력의 개입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의 약한 고리' 아일랜드, VIP 경호 뚫릴 뻔
프랑스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반면, 아일랜드에서는 안보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일랜드 경찰은 지난 2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빈 방문차 더블린에 도착했을 당시, 그의 전용기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드론 사건을 수사 중이다.
현지 매체 '더 저널'에 따르면 해당 드론은 군용급(military-grade)으로 추정된다. 사건 관계자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경찰 특수수사대는 국제 정보기관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아일랜드의 방어 능력이다. FT는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이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일랜드군은 자체적인 레이더나 소나(음파탐지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으며, 비밀취급인가 시스템이나 보안 통신망조차 미비한 실정이다. 내년 하반기 EU 순회 의장국 수임을 앞둔 상황에서 드론 방어 능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회색지대'의 공습… 러시아 배후설 증폭
유럽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 드론 침투가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를 상대로 한 이른바 '회색지대(Gray Zone)' 도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회색지대 도발이란 전면전은 아니지만, 사이버 공격, 기반 시설 파괴, 허위 정보 유포 등을 통해 상대국의 혼란을 유발하는 전술을 뜻한다. 최근 수년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는 철도망 방화, 에펠탑 앞 시멘트 관(棺) 시위 등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등지에서도 공항과 군사 시설 상공에 미확인 드론이 출몰해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가 빈번했다. 덴마크 당국은 지난 9월 여러 공항 상공에서 발견된 드론과 관련해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FT는 "많은 사건이 러시아와의 연관성을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은 현재 상황을 모스크바와의 '하이브리드 대결'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뚫리는 하늘, 커지는 'K-방산'의 기회…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이번 유럽의 드론 침투 사태는 휴전선(DMZ)을 맞대고 있는 한국에도 큰 경고음을 제공한다. 특히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안티 드론(Anti-Drone) 시스템 수요가 한국 방위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일랜드 사례에서 보듯, 탐지 자산(레이더)이 없는 국가는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현재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 한국 주요 방산 기업은 드론 탐지 레이더부터 전자광학(EO) 추적 장비, 그리고 전파 차단(재머) 및 격추 시스템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열상감시장비(TOD)와 다기능 레이더는 소형 드론 탐지에 특화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군이 일롱그 기지에서 사용한 '재밍(Jamming)'은 대표적인 소프트 킬 방식이다. 민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도심이나 중요 시설 방어에는 필수적이다. 반면, 군용급 대형 드론 제압을 위해서는 물리적 타격인 하드 킬 능력이 요구된다. 한국은 30mm 차륜형 대공포(천호)와 신궁 미사일 등 하드 킬 자산과 더불어, 레이저 대공무기(Block-I) 실전 배치를 추진하며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위협 형태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유럽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서며 드론 방어 체계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산 무기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 만큼, 이를 대드론 방어 체계(C-UAS) 수출로 연결할 적기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천궁-II 요격 미사일을 도입한 사례는 한국형 방공망의 경쟁력을 입증한다.
방산전문가들은 "드론 테러는 비용 대비 효과가 커 비대칭 전력으로서 위협도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IT 기반의 탐지 기술과 타격 체계를 결합한 패키지형 수출 전략을 수립한다면 글로벌 안티 드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유럽 사태는 한국 안보 태세 점검의 계기임과 동시에, 기술력으로 무장한 한국 방산 기업들이 글로벌 보안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명확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