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상원 정보위원장 "생체 데이터 무기화…슈퍼 솔저 나올 판"
"SMIC 6나노 칩에 허 찔려"…뻥 뚫린 美 대중국 정보망
"SMIC 6나노 칩에 허 찔려"…뻥 뚫린 美 대중국 정보망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정보기관의 최고위 인사가 중국의 유전체(게놈) 기업인 BGI(베이징게놈연구소)를 지목하며, 통신 장비 기업 화웨이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장악했던 화웨이의 사례처럼, 중국이 전 세계 인류의 DNA 데이터를 수집해 생물학적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바이오 안보'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보 당국이 중국의 상업 기술 발전 속도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반도체와 바이오 분야에서 허점을 드러냈다는 자성론까지 제기되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화웨이보다 더 센 놈 온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크 워너(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CNBC CFO 카운슬 서밋'에 참석해 중국의 생명공학 기업 BGI의 급부상을 "공포스럽다(Terrifying)"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과거 화웨이가 거대했던 것 이상으로 BGI는 더욱 비대해질 것"이라며 "그들은 기지국이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DNA를 수집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BGI는 중국 정부의 국책 게놈 프로젝트와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소로 출발해 현재는 전 세계 수십 개국에서 병원, 제약사, 연구소의 유전 데이터를 처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워너 위원장은 BGI가 "DNA 데이터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hoovering up)"며 "이러한 수준의 인체 실험과 지식재산권 탈취는 우리 모두가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워너 위원장은 BGI의 성장 방식이 화웨이와 소름 끼칠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저가 공세를 펼쳐 서구 경쟁사들을 고사(枯死)시킨 뒤, 전 세계 인프라를 장악하는 방식이다. 그는 "8~9년 전만 해도 미국인 대부분은 화웨이를 몰랐지만, 그들은 서구 기업이 대비하기도 전에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점했다"며 "우리가 화웨이를 제재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5G망의 상당 부분이 중국 기술로 구축된 뒤였다"고 회고했다. 이는 중국이 바이오 분야에서도 똑같은 '성공 방정식'을 대입해 전 세계 유전체 시장을 장악하려 한다는 경고다.
6나노 쇼크에 뚫린 '파이브 아이즈'
워너 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정보 수집 능력이 중국의 상업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미 정보기관들이 전통적으로 외국 정부나 군사 동향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업 기술 분야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인 '정보 실패' 사례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의 6나노 칩 생산 성공을 꼽았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SMIC가 6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해 낸 사실은 워싱턴 정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워너 위원장은 "우리는 SMIC의 6나노 칩에 완전히 허를 찔렸다(caught off guard)"며 "이런 사례는 미국이 중국의 기술적 역량과 제재 회피 능력을 과소평가했음을 보여준다"고 토로했다. 미국이 AI, 반도체,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정보 수집을 본격적으로 확대한 것은 불과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중국 견제 전선의 핵심인 동맹국들과의 정보 공유 체계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워너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훼손된 동맹 관계가 회복되지 않아 중국의 기술 굴기를 추적하는 데 필요한 심층적인 협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핵심 파트너들이 미국과의 정보 공유를 꺼린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이 정보(Intel)를 정치화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는 미국에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 주도의 기밀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조차 예전처럼 긴밀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중국은 기술 표준 제정 분야에서도 미국을 맹추격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워너 위원장은 "과거 무선 네트워크나 인터넷 인프라의 규칙을 설계한 것은 미국이었고 이것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비결이었다"면서도 "이제는 중국이 수많은 엔지니어를 표준 설정 기구에 투입해 투표권을 사실상 매수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술 표준이 단순한 규격을 넘어 윤리적 경계를 설정하는 문제임을 강조하며 "중국은 분명히 덜 인간적인(less humanist)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기업과 정부가 다시금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의회는 현재 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내 활동을 제한하는 '바이오 보안법(BIOSECURE Act)' 입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BGI 측은 이에 대해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한 기업 탄압이자 거짓 깃발(false flag) 작전"이라며 "우리는 미국인의 개인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으며 법규를 철저히 준수한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존 물레나(공화·미시간)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은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며, 가장 앞선 적대국"이라고 규정하며 중국의 과잉 생산과 가격 조작 플레이가 계속될 것임을 경고했다. 미·중 간의 전선이 반도체를 넘어 인체 설계도인 DNA로까지 확전되면서, 기술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