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톰 핸콕 “단순 저평가(P/B) 아닌 자본수익률(ROIC)이 핵심”
MS·브로드컴 ‘방어적 기술주’로 승부… 오라클은 ‘부채 리스크’로 전량 매도
소외된 헬스케어·필수소비재 ‘역발상’… “내년 변동성 장세, 실적이 방패”
MS·브로드컴 ‘방어적 기술주’로 승부… 오라클은 ‘부채 리스크’로 전량 매도
소외된 헬스케어·필수소비재 ‘역발상’… “내년 변동성 장세, 실적이 방패”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자산운용사 GMO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톰 핸콕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이같이 밝혔다. 핸콕이 이끄는 ‘GMO 퀄리티 III 펀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5.6%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14.4%)을 앞지른 성과다. 그는 기술주 비중을 41%로 높게 유지하면서도 엔비디아를 배제하고 브로드컴을 선택하거나, 시장이 외면한 헬스케어에 과감히 베팅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폈다.
‘비싸도 제값 하는 기업’이 진짜 우량주
핸콕 매니저는 GMO의 전통적인 가치투자 문법을 깼다. 그는 “GMO 초기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이 낮은 종목을 찾는 데 주력했지만, 우리는 ‘왜 어떤 주식은 웃돈(프리미엄)을 얹어 거래하는가’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조건 싼 주식이 아니라 ‘제값을 하는 주식’을 찾는다. 핵심 잣대는 ‘지속 가능한 높은 자본수익률’이다. 다만 그는 “누구나 훌륭하다고 인정해 터무니없이 비싼 배수(Multiple)에 거래되는 기업은 피한다”며 ‘합리적인 가격의 우량주’를 고집한다고 강조했다고 지난 11일(현지시각) 배런스가 전했다.
시장 고평가 논란을 두고도 제러미 그랜섬 GMO 공동설립자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랜섬이 증시 과열을 경고하는 대표적 비관론자라면, 핸콕은 현재 주가가 정당하다고 본다. 그는 “20~30년 전보다 시장에 고품질 성장주가 훨씬 많아졌다”며 “구성 종목의 질이 좋아졌으므로 전체 시장이 더 높은 배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AI, 옥석 가리기 시작… 엔비디아보다 브로드컴
핸콕의 포트폴리오에서 기술주 비중은 41%로 S&P 500(33%)보다 높다. 하지만 종목 선정 기준은 깐깐하다. 그는 “10년 뒤를 본다면 인공지능(AI)은 훌륭한 투자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AI 관련주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급락(Crash)까지는 아니더라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그의 최고 선호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AI 수혜주이면서도 사업이 다각화돼 있고,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핸콕은 “AI 거품이 꺼져도 MS는 주가 하락 폭이 작을 것이며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도 훼손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반면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담지 않았다. 대신 브로드컴을 택했다. 핸콕은 “구글 같은 거대 기술기업(Hyperscalers)들은 이미 AI를 검색이나 유튜브 등에 적용해 돈을 벌고 있으며, 이들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Custom chips)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엔비디아의 범용 칩을 쓰는 기업들은 아직 AI로 무엇을 할지 실험하는 단계라 위험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헬스케어·필수소비재, 악재가 곧 기회
핸콕은 올해 시장에서 소외된 헬스케어 분야를 유망하게 본다. 경제 성장과 고령화로 헬스케어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앞지르는 구조적 성장이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엘레반스 헬스, 시그나 등 건강보험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수익성 악화는 코로나19 이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 자격 심사를 재개하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건강한 가입자는 빠져나가고 병원을 자주 찾는 가입자만 남으면서 비용이 늘었지만, 이는 정부 보전 등으로 곧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제약주 중에서는 일라이 릴리와 존슨앤드존슨(J&J), 머크를 보유했다. 핸콕은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GLP-1) 가격 하락 우려를 두고 “가격을 낮추면 판매량(Volume)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소비재 모델로 가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 잠재력을 과소평가한다”고 꼬집었다. 머크와 J&J는 특허 만료 우려가 주가에 지나치게 반영됐다고 보고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소비재 분야에서는 펩시코보다 코카콜라를 선호한다. 비만치료제 확산으로 스낵 소비가 줄면 스낵 매출 비중이 절반인 펩시코가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반면 음료 시장은 상대적으로 탄탄할 것으로 봤다. 주류 업체인 콘스텔레이션 브랜즈(모델로·코로나 맥주 제조)도 역발상 투자처로 꼽았다. 그는 “젊은 층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등의 행동 변화론은 과장됐다”며 “최근 주류 소비 감소는 이민 정책 강화 등 경제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자재, 부동산, 에너지, 유틸리티 분야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는다. 핸콕은 “벤치마크 지수를 단순히 쫓아가서는 지수를 이길 수 없다”며 “상승장에서 조금 뒤처지더라도 하락장에서 덜 잃는 포트폴리오가 결국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잔치 끝, ‘실적 방패’로 포트폴리오 재정비할 때
톰 핸콕의 전략은 AI 열풍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나선 일부 한국 투자자들에게 투자전략 수립에 큰 참고가 된다. 그는 기술주 강세론자이면서도 엔비디아의 독주가 영원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구글 같은 확실한 고객을 둔 브로드컴이나 현금 흐름이 탄탄한 마이크로소프트를 택했다. 기술의 화려함보다 ‘이익의 확실성’을 따지는 전문가의 시각이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를 향한 통찰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 증시에서도 반도체 쏠림이 극심한 가운데, 소외된 바이오·헬스케어 우량주들이 가격 매력을 갖춘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2025년 시장은 기대감으로 오르던 유동성 장세에서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무엇이 더 오를까’를 좇기보다 핸콕처럼 ‘무엇이 버틸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높은 자본수익률을 내면서 빚은 적고, 시장 오해로 저평가된 우량주를 선별해 담는 전략이 내년 이후 변동성 장세에서 내 계좌를 지키는 방패가 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