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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AI 기업 'RRP 세미컨덕터' 55,000% 폭등... '제2의 엔비디아' 환상 속 거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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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AI 기업 'RRP 세미컨덕터' 55,000% 폭등... '제2의 엔비디아' 환상 속 거품 우려

최근 세계 최고 수익률 기록하며 시총 17억 달러 돌파... 실제 매출은 '마이너스', 정규직은 단 2명뿐
인도 규제당국 부정거래 조사 착수, 거래 횟수 주 1회로 제한... "칩 제조 사실무근" 회사 해명에도 개인 투기 지속
2023년 7월 12일 인도 뭄바이에서 봄베이 증권거래소(BSE) 빌딩의 새 로고가 공개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7월 12일 인도 뭄바이에서 봄베이 증권거래소(BSE) 빌딩의 새 로고가 공개되었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인도의 한 무명 기업인 RRP 세미컨덕터(RRP Semiconductor Ltd.)가 무려 55,000%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며 전 세계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 실체는 모호하고 재무 상태는 처참한 수준으로 드러나, AI 붐을 쫓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고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55,000% 폭등의 이면: "매출은 없고 홍보만 있다"


RRP 세미컨덕터는 2024년 초 부동산 업종에서 반도체로 사업 목적을 전환한 이후, 12월 17일까지 약 20개월 동안 149회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폭등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17억 달러(약 2조 3천억 원)에 달하지만,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직원은 단 2명뿐이다. 또한, 지난 9월 분기 매출은 수주 취소 등으로 인해 마이너스 6,820만 루피를 기록했으며, 7,150만 루피의 순손실을 냈다.

전체 주식의 약 98%를 설립자인 라젠드라 초단카르(Rajendra Chodankar)와 측근들이 보유하고 있어, 극소수의 거래만으로도 주가가 쉽게 널뛰기하는 구조다.

규제 당국의 조사와 거래 제한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는 주가 급등 과정에서 부당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인도 거래소(BSE)는 해당 주식에 대해 가장 엄격한 감시 수준을 적용했으며, 최근에는 거래 횟수를 주 1회로 제한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SEBI에 따르면 이 회사는 과거 상장 폐지된 기업의 설립자 그룹에 속해 있어 10년간 시장 접근이 금지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허위 공시를 통해 상장을 유지하고 주식 매각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도체 제조 안 한다" 회사도 부인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회사 측이 주가 폭등에 대해 직접 주의를 당부했다는 것이다. RRP 세미컨덕터는 지난 11월 공시를 통해 "아직 어떤 종류의 반도체 제조 활동도 시작하지 않았으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한 적도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설립자 초단카르가 사적으로 설립한 반도체 패키징 시설 행사에 인도 크리켓 전설 사친 텐둘카르 등이 참석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도체 수혜주'라는 내러티브가 형성되었으나, 상장사인 RRP 세미컨덕터와 해당 시설 사이에는 직접적인 소유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시장의 평가: "인도판 광기"


시장 전문가들은 인도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이 극히 드물다는 점이 개인 투자자들을 speculative(투기적) 매수로 몰아넣었다고 분석한다.

라이트 리서치(Wryght Research)의 설립자 소남 스리바스타바는 "반도체 섹터가 워낙 뜨겁다 보니 인도 투자자들은 이름에 반도체가 들어간 주식이라면 무엇이든 사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RRP 세미컨덕터의 주가는 11월 고점 대비 하락하기 시작했으나, AI 거품 붕괴와 규제 강화의 칼날 앞에 선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