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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대만 공격, 일본 안보와 직결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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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중국의 대만 공격, 일본 안보와 직결되는 이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장악하려 할 경우 일본과 미국의 안보 동맹이 즉각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와 일본 남서부 도서 지역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대만 유사시는 곧바로 일본의 안보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WSJ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고 이에 중국은 강한 반발과 함께 군용기 출격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는 일본의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 대만을 둘러싼 해상 요충지, 일본 이해와 직결

대만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잇는 해상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바시 해협을 포함한 이 일대 해상로는 세계 교역의 상당 부분이 오가는 핵심 통로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할 경우 이 전략 수로를 지배하며 태평양으로 군사력을 투사하고 주변 해역에서 영유권 주장을 더욱 공격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로버트 워드 일본 담당 연구위원은 “대만이 중국 손에 들어가면 아시아의 힘의 균형은 결정적으로 중국 쪽으로 기울게 된다”고 말했다.

◇ 제1도련선과 미일 안보동맹의 연결고리


현재 중국은 일본,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제1도련선에 의해 태평양 진출이 제약돼 있다. 워드는 중국이 이 구도를 돌파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대만 유사시는 미일 안보동맹과 불가분의 관계로 얽히게 된다. 대만이 전면 침공을 막아내려면 주된 방위 파트너인 미국의 개입이 필요하고 미국이 효과적으로 싸우기 위해서는 일본 내 기지와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실제로 군사 개입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은 중국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 일본 남서부 도서, 대만 유사시 최전선 될 수도

다만 지리적 조건은 일본에 특히 민감한 문제다. 일본 남서부의 류큐 열도는 대만 바로 북쪽까지 이어져 있으며 요나구니섬은 도쿄에서 1200마일(약 1931km)이상 떨어져 있으면서도 대만과는 70마일(약 113km)도 채 되지 않는다.

중국이 미사일과 군함으로 대만을 봉쇄할 경우 이들 섬은 전쟁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고 일본 영토와 국민이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해상 교통 차질은 일본이 의존하는 필수 무역에도 큰 타격을 준다.

이 같은 위협을 의식해 일본은 최근 몇 년간 남서부 도서 지역의 안보 태세를 대폭 강화해 왔다. 새로운 기지와 레이더 시설, 전자전 능력, 미사일 체계가 잇따라 배치됐다. 사거리 약 125마일의 12식 지대함 미사일은 이미 여러 섬에 배치됐고 장거리 개량형도 개발 중이다. 일본 정부는 요나구니섬에 지대공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센카쿠 열도 분쟁, 대만 이후 더 커질 압박


일본이 대만 분쟁에 직접 참여할 경우 이들 미사일과 잠수함, 함정 전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은 또 중국과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이고 중국과 대만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 무인도들은 대만 북동쪽 100마일(약 161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다. 중국은 이 섬들을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며 이 일대에 해경선을 빈번히 보내 긴장을 높이고 있다.

유키 다쓰미 미국 인도태평양안보연구소 선임국장은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일본은 완충 지대를 잃게 되고 중국 해군의 직접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 미군 기지 활용 여부, 일본 선택이 관건


미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일본의 선택지도 달라진다.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경우 도쿄의 결정은 미군 개입의 범위와 성격을 좌우한다. 일본에는 가데나 공군기지와 요코스카 해군기지 등 태평양에서 핵심적인 미군 기지들이 집중돼 있다.

에릭 헤긴보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안보연구 프로그램 연구원은 “미국은 일본에 있는 것과 같은 기지를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오키나와는 미군 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다. 가데나 공군기지에는 대만해협에서 중국 함정과 항공기를 상대할 전투기들이 상시 배치돼 있다. 다만 중국 미사일 전력의 증강으로 이들 기지는 동시에 취약점이 되고 있다.

분쟁 발생 시 미 공군은 중국의 타격을 피하기 위해 일본 내 군사시설뿐 아니라 민간이나 겸용 공항까지 활용해 전력을 분산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본의 관여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 괌만으로는 한계, 일본의 전략적 가치


일본이 없을 경우 미국은 대만에서 약 1700마일 떨어진 괌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폭격기는 괌에서 출격할 수 있지만 전투기는 작전 지속이 어렵다. 항공모함도 대안이지만 값비싸고 취약한 표적이어서 초기 단계에 전면 투입되기는 쉽지 않다. 반면 일본의 해군 기지는 미 함정이 신속히 재보급하고 전투에 복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중국이 미국의 개입을 예상할 경우 일본 내 미군 기지와 일본 시설을 선제 타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단거리, 중거리, 중간 사거리 탄도미사일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미국은 처음으로 타이폰 미사일 체계를 일본에 전개했다가 철수했으며 해병대의 신형 대함 미사일 체계도 오키나와에서 훈련에 투입됐다.

미중일 모두 미사일 전력을 빠르게 늘리는 가운데 대만 유사시는 일본을 결코 비켜갈 수 없는 사안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