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해결 약속 미이행에 '배신감'… 무차별 추방 정책엔 '도덕적 회의'
지지는 유지하지만, 신뢰는 흔들려… 다가올 중간선거 '빨간불'
지지는 유지하지만, 신뢰는 흔들려… 다가올 중간선거 '빨간불'
이미지 확대보기NBC뉴스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미국 시라큐스대학교 민주주의·저널리즘·시민성 연구소(IDJC)와 여론조사기관 인게이지어스(Engagious)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4 트럼프 투표자 표적 집단 심층 면접(FGI)’ 결과를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흑인, 히스패닉, 청년층을 포함해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3월, 6월, 9월, 12월 네 차례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다. 조사 결과, 지지자 대다수는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었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해결 실패와 과격한 이민자 추방 정책을 두고 회의적 시각이 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대통령’ 기대했으나… 고물가에 등 돌리는 민심
트럼프 지지층이 동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경제’다. 많은 지지자가 트럼프의 ‘사업가 기질’이 미국 경제를 살리고 물가를 잡을 것이라 기대하며 표를 던졌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나도록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없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저스틴 K(39)씨는 12월 면접에서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정적을 기소하거나 측근을 사면하는 데만 몰두했다”며 “물가 문제 해결은 선거용 구호에 지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여자 로버트 L(54)씨 역시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현실을 모르는 망상”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관세 정책을 두고도 지지층 내부는 엇갈렸다.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옹호론과 결국 미국 소비자가 세금을 떠안게 된다는 비판론이 맞섰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리치 타우 인게이지어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취약점은 인플레이션 문제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처럼 ‘무능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지도자’로 비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무차별 추방 정책, 기독교 가치관과 충돌
불법 이민자 문제는 트럼프의 핵심 공약이었으나, 실행 방식을 두고 지지층 사이에서 도덕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성실한 노동자까지 무차별적으로 추방하거나 가족을 생이별하게 만드는 방식은 ‘비인도적’이라는 지적이다.
위스콘신주의 청년 유권자 케이틀린 R(21)씨는 트럼프의 추방 정책이 자신의 보수적 가치관과 충돌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람들을 다루는 지금 방식은 나의 기독교적 가치관이나 생명 존중 사상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출신 귀화 유권자인 루비 L(59)씨 또한 “범죄자를 추방하겠다더니 성실하게 일해온 사람들까지 내쫓고 있다”며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지지 철회는 아니지만… ‘맹목적 믿음’에 균열
물론 이번 조사 결과가 당장 트럼프 지지층의 이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다수 참여자는 “민주당 정권보다는 낫다”거나 “변화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조지아주 유권자 로즐린 C(44)씨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그만의 큰 계획이 있을 것”이라며 여전한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믿음에도 금이 가고 있다. 마거릿 탈레브 시라큐스대 교수는 “올해 초만 해도 트럼프의 국정 운영을 거의 만장일치로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연말이 되자 의문을 제기하거나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탈레브 교수는 “이들이 당장 민주당으로 돌아서거나 투표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집권 2년 차를 맞는 트럼프 행정부의 과제는 명확해졌다. 피부에 와닿는 물가 안정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민 정책에서 인도주의적 우려를 씻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중간선거에서 핵심 지지층의 투표 의욕 저하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가 지난 1년 보여준 대통령직 수행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경고음을 낳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