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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오픈AI 꺾고 'AI 왕좌' 탈환…자체 칩 '아이언우드'로 엔비디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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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오픈AI 꺾고 'AI 왕좌' 탈환…자체 칩 '아이언우드'로 엔비디아 위협

3년 만의 대반격…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수직계열화'로 초격차 달성
메타에 자체 칩 공급 논의 소식에 엔비디아 7% 급락… AI 인프라 생태계 장악
검색 독점 논란, 챗봇 경쟁으로 오히려 해소… 사법 리스크 덜고 주가 '날개'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초기 주도권을 오픈AI의 '챗봇GPT'에 내줬던 구글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강력한 AI 모델과 자체 칩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선두를 탈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초기 주도권을 오픈AI의 '챗봇GPT'에 내줬던 구글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강력한 AI 모델과 자체 칩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선두를 탈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초기 주도권을 오픈AI'GPT(ChatGPT)'에 내준 구글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강력한 AI 모델과 자체 칩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선두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지난해 8월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Nano Banana)'의 흥행에 이어 11월 역대 최고 성능의 '제미나이 3(Gemini 3)'를 내놓으며 기술적 우위를 증명했다. 특히 10년 넘게 공들인 자체 AI 반도체(TPU) 기술이 결실을 보며, 경쟁사들이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난을 겪을 때 오히려 비용을 줄이고 메타(Meta) 등 빅테크에 칩을 공급하는 'AI 인프라 포식자'로 거듭났다.

WSJ은 구글의 과학적 연구 역량,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현업 복귀 등 리더십 변화가 맞물려 거둔 성과라고 분석했다.

'새벽 2시의 반란'… 나노 바나나와 제미나이의 약진


구글의 반격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작했다. 지난 6(현지시각) 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어느 날 새벽 230, 구글의 AI 프로젝트 매니저 나이나 라이싱하니는 딥마인드 연구소의 최신 이미지 생성 모델을 AI 성능 평가 플랫폼 'LM 아레나'에 등록했다. 늦은 시간이라 상의할 동료가 없어 자신의 별명을 딴 '나노 바나나'라는 임시 명칭을 붙인 이 모델은, 며칠 만에 성능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강타했다.

이 사건은 구글 AI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나노 바나나'의 성공에 힘입어 구글의 AI '제미나이'는 지난해 9월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이어 11월 출시한 최상위 모델 '제미나이 3'는 각종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챗GPT를 압도했다. WSJ"이로써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오픈AI를 뛰어넘어 AI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용자 수치도 급증했다. 제미나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745000만 명에서 1065000만 명으로 3개월 만에 44% 이상 폭증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구글다운 규모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픈AI 내부에서는 이에 대응해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모델 성능 개선에 나섰으나, 기술 주도권의 흐름은 이미 구글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체 칩 '아이언우드'의 위력… 엔비디아 아성 흔들다


구글이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AI 하드웨어 강자'로 변모했다는 점은 이번 역전극의 핵심이다. 구글은 2010년대 중반부터 자체 AI 연산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AI 연산에 특화한 칩이다.

그 결실인 최신 칩 '아이언우드(Ironwood)'는 구글의 AI 모델 구동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이용자가 급증하며 연산 능력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구글은 자체 칩 덕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반면 경쟁사들은 엔비디아의 고가 GPU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구글이 이 칩을 외부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WSJ은 지난 11월 구글이 메타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아이언우드 칩 공급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7% 급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구글이 AI 서비스뿐만 아니라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외부 투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오픈AI와 달리, 구글은 검색 광고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현금을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검색 시장 방어와 사법 리스크의 역설


생성형 AI의 등장은 구글의 핵심 수입원인 '검색 광고'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구글은 검색 엔진 대개편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마기(Magi)'를 통해 이를 정면 돌파했다. 리즈 리드 검색 담당 부사장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기존 검색창에 챗봇 기능을 결합한 'AI 모드'를 지난해 5월 선보이며 이용자 경험을 혁신했다. 리드 부사장은 WSJ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테스트 목적이었지만, 내부 직원들조차 '이걸 쓰고 싶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고 회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력한 AI 챗봇의 등장은 구글을 독점 금지법 위반 위기에서 구했다. 지난해 8월 미 연방법원은 구글이 애플 기기에 기본 검색엔진으로 탑재되는 대가로 연간 200억 달러(292300억 원)를 지급한 계약이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AI 챗봇이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위는 이미 끝났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애플과의 계약을 소폭 수정하는 선에서 허용했다. AI 경쟁 심화가 오히려 구글의 '독점 기업' 꼬리표를 떼어주고,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보호하는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AI 퍼스트' 10년의 결실, 격차 더 벌린다


구글의 이번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16년 피차이 CEO가 선언한 'AI 퍼스트' 비전,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의 조직 통합, 그리고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복귀와 기술적 관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WSJ"구글의 깊은 과학적 뿌리와 맞춤형 하드웨어 투자가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AI 시장은 자체 데이터센터와 전용 반도체, 그리고 서비스 플랫폼을 모두 갖춘 '수직 계열화' 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프라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구글은 이 모든 것을 내재화했다. 구글은 검색 광고 수익, 클라우드,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 판매까지 더해진 다각화된 수익 모델로 AI 전쟁의 장기전을 치를 체력을 확보했다. 피차이 CEO의 말처럼 구글은 "회사의 규모에 걸맞은" 압도적인 물량 공세와 기술력으로 2026AI 시장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