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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로 돈 아낀다? 옛말"... 美 서민 옥죄는 '카푸어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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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로 돈 아낀다? 옛말"... 美 서민 옥죄는 '카푸어의 늪'

신차 구매자 20% 월 할부금 140만 원 '쇼크'... 중고차 금리 연 10% 육박
고물가·고금리 직격탄... 타던 차 팔아도 빚 남는 '깡통 차' 사상 최다
"7년 빚내서 차 산다"... 전문가들 "월 소득 20% 넘으면 파산 경고등"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사서 비용을 아끼라는 재테크 불문율이 깨졌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동반 상승한 데다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자동차 구매 자체가 가계 재정을 위협하는 '빚의 덫'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사서 비용을 아끼라"는 재테크 불문율이 깨졌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동반 상승한 데다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자동차 구매 자체가 가계 재정을 위협하는 '빚의 덫'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사진=로이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새 차 대신 중고차를 사서 비용을 아끼라"는 재테크 불문율이 깨졌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동반 상승한 데다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서, 자동차 구매 자체가 가계 재정을 위협하는 '빚의 덫'으로 변질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0(현지시각) 자동차 쇼핑 사이트 에드먼즈(Edmunds)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자동차 구매력 위기를 심층 보도했다.

"매달 140만 원 내야 차 탄다"... 사상 최고치 치솟은 할부금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지금 구매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비용이 치솟았다. 에드먼즈가 분석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신차 구매자 중 20% 이상이 매달 1000달러(146만 원) 이상을 할부금으로 지출한다. 구매자 5명 중 1명이 '1000달러 클럽'에 가입한 셈으로, 이는 역대 최고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민들의 대안이었던 중고차 시장마저 고비용 구조로 재편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고차 구매자의 6.3%도 월 1000달러 이상을 할부금으로 냈다. 중고차 구매자들은 평균적으로 차량 가격 중 약 3만 달러(4380만 원)를 대출로 충당하며, 이를 갚는 데 평균 70개월이 걸린다.

WP"대다수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필수품"이라며 "하지만 통계 수치는 자동차 구매가 신차와 중고차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를 부채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평균 월 할부금은 신차가 772달러(110만 원), 중고차가 570달러(83만 원)로 집계됐다. 여기에 적용된 평균 금리는 신차가 연 6.7%, 중고차는 연 10.6%에 이른다. 조셉 윤 에드먼즈 소비자 인사이트 분석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차량 가격과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었던 고금리가 결합해 '퍼펙트 스톰'을 만들었다""소비자들은 지금 막대한 자금을 비싼 이자를 주고 빌리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차 팔아도 빚 남는 '깡통 차' 속출... 장기 할부의 악순환


비싼 찻값을 감당하려고 대출 기간을 늘리는 현상도 뚜렷하다. 과거 4(48개월)이 표준이었던 할부 기간은 최근 7(84개월) 이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WP"비싼 가격과 고금리 충격을 완화하려고 대출 기간을 늘리고 있지만, 이는 결국 다른 필수 저축 목표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차량 가치보다 남은 대출금이 더 많은 이른바 '네거티브 에쿼티(Negative Equity)' 현상이다. 에드먼즈 보고서를 보면 신차를 살 때 기존 차량을 보상 판매한 소비자의 28.1%가 네거티브 에쿼티 상태였다. 이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들이 갚지 못하고 남긴 평균 부채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905달러(1000만 원)에 달했다. 심지어 1만 달러(1460만 원) 이상 빚을 지고 차를 넘긴 비율도 24.7%나 됐으며, 15000달러(2190만 원) 이상인 경우도 8.3%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구매자가 기존 대출 잔액을 새로운 자동차 대출에 얹어서 계약할 때 발생한다. '빚 돌려막기' 식으로 차를 바꾸다 보니 월 할부금이 1000달러를 넘기는 악순환이 반복한다. 윤 분석가는 "지금 차를 가지고 있는데 다른 차로 바꾸려 한다면, 본인 차량이 '깡통 차(잠재적 부채 상태)'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리비가 새 차 할부금보다 싸다"... 합리적 소비 기준은?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고비용 구조에서는 '수리해서 타기'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WP"2000달러(292만 원)짜리 변속기 수리비가 3만 달러(4380만 원)짜리 중고차 대출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차량이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교체보다 유지를 권했다.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대출 상환금, 보험료, 주유비, 정비비를 모두 포함한 총 교통비가 월 실수령액의 2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월 할부금만 볼 것이 아니라 총소유비용(TCO)을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WP 미셸 싱글테리 칼럼니스트는 "딜러들은 높은 금리와 긴 대출 기간을 감추려 월 납입금 액수만 강조한다""60개월(5)을 넘겨야만 할부금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차를 살 능력이 없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번 WP 보도는 한국 자동차 시장도 주목할 이슈다. 한국 역시 고금리 여파와 신차 가격 상승으로 '카푸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가 가계 재정의 닻이 되어 침몰시키지 않으려면, 필요와 욕구를 냉정하게 구분하고 전체 예산에서 교통비 비중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