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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는 자본 회귀, 中은 해외 확장…뒤집힌 글로벌 투자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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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는 자본 회귀, 中은 해외 확장…뒤집힌 글로벌 투자 흐름

독일 쾰른시에 위치한 포드자동차 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쾰른시에 위치한 포드자동차 공장. 사진=로이터

미국이 관세와 자국 중심 산업 정책으로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는 사이 중국은 다시 해외로 자본을 분산시키며 세계 각국의 경제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을 둘러싼 투자 흐름이 뒤바뀌면서 각국은 안보와 일자리, 성장 전략을 놓고 새로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며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 미국 자본주의 상징이 된 구조조정 현장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3대 완성차 업체 가운데 하나인 포드자동차의 독일 쾰른 공장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931년부터 가동돼 온 이 공장은 한때 미국 자본주의의 확장과 함께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구조조정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포드는 지난해 9월 이 공장에서 1000명을 추가 감원하고 올해 1월부터 생산을 단일 교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포드는 유럽 전략 축소의 일환으로 독일 내 다른 공장에서는 생산을 중단했고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델 수도 크게 줄였다.

◇ 중국 자본의 유럽 진출 전초기지


반면 독일 동부 아른슈타트 외곽에 들어선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의 공장은 정반대의 궤적을 그리고 있다. 2년 전 옛 동독 접경 지역에 들어선 이 공장은 20억 달러(약 2조9180억 원) 규모로 조성됐고 독일인 직원 약 2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전기차 중심의 중국 자본이 유럽으로 본격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는 지적이다.

◇ 중국은 해외로, 미국은 안으로


블룸버그는 “이 두 공장이 글로벌 자본 이동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과 투자를 유도하려 하지만 그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해외 투자로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과거처럼 기존 기업을 인수하기보다 새로운 공장과 설비를 직접 짓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미국을 넘어 세계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전 세계 유입 투자금의 약 5분의 1을 흡수했지만 유럽연합(EU)으로 유입되는 투자는 직전 반기 대비 45% 급감했다.

◇ 각국의 선택을 압박하는 새로운 투자 질서


중국의 해외 투자 확대는 무역흑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내수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경쟁이 치열한 자국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를 뒷받침하며 국무원과 지방정부, 국유 은행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 대한 제도적·금융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중국의 해외 투자 발표액 1066억 달러(약 155조5294억 원) 가운데 85% 이상이 신규 공장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 이른바 ‘그린필드 투자’, 즉 외국 기업이 다른 나라에 들어가 기존 회사를 사들이는 게 아니라 땅부터 공장·설비·조직까지 새로 짓는 방식의 투자였다. 지난해 12월에는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브라질에 380억 달러(약 55조4420억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밝혔고 중국 통쿤그룹도 인도네시아에 59억 달러(약 8조6081억 원) 규모의 화학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이런 변화가 단기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속에서 글로벌 자본 흐름이 재편되면서 각국은 미국 중심 질서에 계속 의존할지 아니면 중국 자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받아들일지를 놓고 점점 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