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네수엘라 장악에 '공급 폭탄' 우려... 中 저가 매수로 60달러 선 방어
대만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 대비해 '에너지 곳간' 채우기 총력
전문가 "올해 유가 향방, 중국의 비축 속도가 결정할 것"
대만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 대비해 '에너지 곳간' 채우기 총력
전문가 "올해 유가 향방, 중국의 비축 속도가 결정할 것"
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중국이 미국의 제재와 글로벌 정세 불안에 대응해 대규모 원유 '저점 매수'에 나서며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 과잉의 역설... 유가 40달러 붕괴 막은 중국의 '탐식'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루 평균 50만 배럴에서 많게는 200만 배럴까지 원유가 남아돌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3년간 유가는 하락세를 걸어왔으며, 지난 1년 동안에만 20%가량 떨어졌다. 통상적인 시장 논리라면 유가가 40달러 선까지 곤두박질쳐야 마땅하다.
하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13일 기준 배럴당 61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중국의 '기회주의적 매수'를 꼽았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파트너는 "중국은 자신들이 에너지 안보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유가가 낮을 때마다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소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장고에 쌓아두기 위한 매수라는 설명이다. 바트 멜렉 TD증권 글로벌 상품 전략 총괄 역시 "중국이 재고를 계속 늘리고 있기에 유가가 40달러가 아닌 60달러 선에서 버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만 위기와 미국의 제재... '전략비축유'로 생존로 확보
중국이 원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배경에는 짙은 안보 불안이 작용한다. 중국은 전체 원유 소비량의 75%를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베이징이 대만 통제권을 두고 미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해상 봉쇄 등으로 에너지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처럼 중국 또한 비상사태를 대비해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유가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매수량을 늘렸다. 킬더프 파트너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대부분 기간 동안 하루 평균 90만 배럴을 전략비축유로 저장했다.
제재 무시한 '그림자 선단'... 이란·러시아산 원유도 싹쓸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베네수엘라 관련 유조선을 나포하며 제재 수위를 높였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재 대상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현재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는 약 1700만 배럴의 원유가 유조선에 실려 있으며, 중국과 말레이시아 연안에도 비슷한 규모의 물량이 떠 있다. 대부분 이란과 베네수엘라산 제재 원유다.
중국의 원유 수입 지도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이 명확하다. 중국 수입 원유의 20%는 러시아가 파이프라인과 유조선을 통해 공급하며 최대 공급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란산 원유도 약 12%를 차지한다. 두 나라 모두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고 있다.
맷 스미스 케이플러 분석가는 "중국은 제재 대상 원유를 무시하고 시장에서 싼값에 사들이고 있다"며 "수개월 전부터 중국 앞바다에 베네수엘라와 이란산 원유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제재 대상 원유의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요인이 된다. 다만 중국 국영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려 직접 개입을 꺼리고, 독립계 정유사들이 이 물량을 소화하는 모양새다.
하루 100만 배럴 매수... 시장의 '스윙 바이어' 된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비축유 매입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에드 모스 하트리 파트너스 글로벌 상품 전략가는 중국이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대응해 전략비축유 매입량을 하루 100만 배럴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모스 전략가는 "최근 두 달간 중국의 매수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이는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계산된 숨 고르기일 뿐"이라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번 분기 후반쯤 매입 재개를 알리는 신호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선택이 올해 원유 시장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모스 전략가는 "중국은 국제 원유 시장에서 특정 시점에 대규모 매수·매도를 통해 수급 균형을 좌우하는 구매자 집단인 '스윙 바이어'"라며 "그들은 시장을 타이트하게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국제유가가 공급 과잉 속에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