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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6대 은행 1만 명 감원…미 금융자본 운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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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6대 은행 1만 명 감원…미 금융자본 운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AI 도입과 비용 구조 변화가 만든 인력 축소가 글로벌 자본 이동 속도에 미치는 영향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금융의 중심부에서 인력 구조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월가 6대 대형 은행에서 줄어든 인력은 1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이후나 팬데믹 같은 충격 국면이 아닌 시점에서 나타난 이 같은 감원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의 조정으로 보기 어렵다. 은행들이 사람을 줄인 이유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 금융을 운용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력 축소는 미국 금융 산업의 내부 사정에 그치지 않는다. 자본이 판단하고 이동하는 속도,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 시장이 반응하는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팬데믹 이후 최대 폭의 인력 감소, 무엇이 달라졌나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6대 은행의 총 직원 수는 약 1백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전년 대비 감소 폭은 1만 명을 넘었고,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당시와 달리 이번 감원은 대형 부실이나 금융 시스템 위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지 않다.
공통 배경은 명확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거래와 자산 운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늘렸던 인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됐고, 그 자리를 자동화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운용 체계가 대체하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서가 아니라,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은행 입장에서 인건비는 가장 큰 고정 비용이다. 하지만 이번 조정의 본질은 비용이 아니라 구조다. 사람이 개입하던 영역이 시스템으로 옮겨가면서, 조직의 형태 자체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 감원과 증원의 차이, 공통된 방향은 자동화


인력 조정의 방식은 은행마다 달랐다. 웰스 파고(Wells Fargo)와 씨티그룹(Citigroup)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며 조직 슬림화를 선택했다. 특히 웰스 파고는 수 년째 이어진 내부 구조조정의 연장선에서 인력을 빠르게 줄였다.

반면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와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일부 인력을 늘렸다. 그러나 이 역시 확장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늘어난 인력은 전통적 영업 부문이 아니라 트레이딩 기술, 데이터 분석, 파생상품 운용, 자동화 시스템 관리 부문에 집중됐다.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와 뱅크어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자연 감소를 통해 인력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 은행 역시 자동화 투자와 시스템 전환을 병행하고 있다.

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 금융의 핵심 기능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담당하도록 재배치하는 흐름인 것이다.

사람보다 시스템이 결정하는 자본 이동


인력이 줄어든 자리를 채운 것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그리고 데이터 처리 능력이다. 거래 집행,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조정, 심지어 기업 분석의 일부까지 자동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자본 이동의 속도를 바꾼다. 과거에는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 리스크 관리 부서가 완충 역할을 했다. 이제는 시스템이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 즉각 반응한다. 자본은 더 빠르게 움직이고, 방향 전환도 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시장의 변동성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가격 조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보다 한 번에 반영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자산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월가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주는 신호


월가의 인력 구조 변화는 글로벌 금융 환경에 관한 세 가지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첫 번째는 금융의 중심이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본이 국경을 넘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다.

두 번째는 위험 회피와 위험 선호의 전환이 더 짧은 주기로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시스템은 판단을 미루지 않는다. 이로 인해 중견국 통화와 자산은 이전보다 더 자주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는 금융 시장의 충격 흡수 능력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조직 내부에서 흡수되던 변동성이 이제는 시장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특정 국가나 특정 통화의 문제가 아니다. 월가의 감원은 미국 금융의 축소가 아니라,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자본을 운용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가 바뀌고 있다


1만 명이라는 감원 규모는 상징적이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금융은 더 이상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신 더 많은 데이터와 더 빠른 처리, 더 정교한 시스템을 요구한다.

이 전환은 되돌리기 어렵다. 자동화된 금융 운용 체계는 비용 효율성뿐 아니라 속도와 확장성에서 이점을 갖는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다시 사람 중심 구조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

월가에서 시작된 이 변화는 이미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의 얼굴은 조용히 바뀌고 있고, 그 변화는 자산 가격과 자본 이동의 방식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금융은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했다


이번 월가 감원은 단발 뉴스로 끝나지 않는다. 그 까닭은 금융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더 적은 사람, 더 많은 시스템, 더 빠른 자본 이동. 이 세 가지 요소의 조합은 앞으로의 글로벌 시장 환경을 규정하는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

금융의 중심에서 일어난 변화는 언제나 주변으로 확산된다. 월가가 먼저 움직였고, 글로벌 시장은 그 변화를 따라가고 있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