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의 출산율 하락이 대학가에 본격적인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이 급감한 가운데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한 대학들이 잇따라 폐교를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10년 안에 수백 곳의 대학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리니티 크리스천 칼리지, 시에나 하이츠 대학교, 스털링 칼리지는 올해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이들 대학은 올봄 마지막 졸업식을 치른 뒤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직 졸업 요건을 채우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학교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고 교수와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뉴욕주 소도시에 위치한 카제노비아 칼리지의 마지막 총장이었던 데이비드 버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학생 수 감소와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며 결국 버티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런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전쟁과 대공황을 견뎌온 이 대학은 개교 200주년을 불과 앞두고 문을 닫았다.
◇ 출산율 하락이 만든 ‘인구 절벽’
미국 대학들이 맞닥뜨린 근본적인 문제는 출산율 급락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대학 교실이 비어 가는 ‘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미 소규모·무명 대학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교수 감축과 학과 통폐합을 거쳐 결국 폐교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네소타주 칼턴 칼리지의 네이선 그로 교수는 “한두 학년만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매년 학생 수가 감소하는 구조적 축소”라며 “대학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이후 미국에서 폐교를 선언한 대학은 40곳을 넘는다. 대학 폐교·통합 전문 컨설팅 회사인 휴런 컨설팅 그룹은 향후 10년 동안 최대 400곳에 가까운 대학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약 60만명의 학생이 영향을 받고 대학 기금 약 180억 달러(약 26조5500억 원)가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지역사회와 학생에 미치는 충격
대학 폐교의 여파는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된다. 2022년 연구에 따르면 졸업 전에 학교가 문을 닫은 학생 가운데 절반도 다른 대학으로 편입하지 못했다. 대학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 역시 학교 폐쇄 시 최대 50% 이상의 손실을 본 사례가 적지 않다.
휴런 컨설팅의 피터 스톡스 전무는 “공급과 수요의 고통스러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자동차 산업 등 다른 분야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고등교육에서는 처음 겪는 충격”이라고 말했다.
◇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학생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공립대학은 에세이나 추천서 없이 자동 입학을 허용하는 ‘직접 입학’ 제도를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시스템은 고등학생 때부터 성적 요건만 충족하면 다수 캠퍼스에 입학할 수 있음을 미리 안내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뮐렌버그 칼리지는 석사 과정과 경영학석사(MBA) 신설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캐슬린 해링 총장은 “18~22세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한 성장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학과와 시설 확장은 또 다른 재정 부담을 낳는다. 뉴욕주 버펄로에 위치한 드유빌 대학교는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면서 부채가 약 2억 달러(약 2950억 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지난해 이 대학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 지역 캠퍼스도 구조조정 대상
대형 공립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는 지역 캠퍼스들의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20개 분교 중 7곳을 2027년 봄 학기 이후 폐쇄할 계획이다. 본교 캠퍼스의 학생 수는 늘었지만 다수 지역 캠퍼스는 지난 10년간 학생 수가 30% 넘게 줄었다.
◇ 위기 속 일부 성공 사례도
모든 대학이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미시간주 애드리언 칼리지는 스포츠와 실용 학과 확대를 통해 학생 수를 900명 미만에서 17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제프리 도킹 총장은 “교육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 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은 여전하다. 올해 문을 닫는 시에나 하이츠 대학교의 더글러스 팔머 총장은 “우리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 고등교육은 근본적인 전환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