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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파가 다시 보는 ‘유럽합중국’…美·中 견제 속 유럽 통합론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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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파가 다시 보는 ‘유럽합중국’…美·中 견제 속 유럽 통합론 재부상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국민연합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극우 성향 정당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국민연합은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극우 성향 정당이다. 사진=로이터

보수·우파 진영이 그동안 비판해온 유럽 통합이 오히려 우파의 전략적 선택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유력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자난 가네시 칼럼니스트는 17일(현지시각) 낸 칼럼에서 유럽 우파가 장기적으로는 ‘유럽합중국’에 가까운 통합 구상에 점차 힘을 실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네시는 “전통적으로 유럽 통합은 자유주의·진보 진영의 의제로 인식돼 왔지만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 사이에서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륙 차원의 결집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보수 진영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관세 정책, 기술 패권, 안보 문제 등에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개별 국가 단위의 대응에는 분명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같은 환경이 우파로 하여금 ‘국민국가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더 큰 정치적 단위의 필요성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네시는 유럽 통합이 본래 자유주의 진영의 전유물은 아니었다는 점도 짚었다.

중세 기독교 공동체 개념에서 출발한 ‘유럽 문명 공동체’ 인식은 오히려 보수적 전통에서 먼저 등장했으며 유럽연합(EU) 출범 과정에서도 가톨릭 정치 전통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그는 현재의 극우 정치 세력이 곧바로 유럽 통합을 적극 옹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처럼 유럽연합(EU)에 대한 태도를 완화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이념적 전환이라기보다 전략적 조정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가네시는 대신 다음 세대의 우파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유럽 문명’이나 ‘서구 문명’이라는 담론을 통해 점진적으로 대륙 단위 통합 논리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분쟁, 기술 규제, 안보 갈등 등에서 유럽이 반복적으로 외부 압박을 경험하면서 통합을 ‘이념’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는 유럽 우파가 결국 ‘유럽합중국’ 구상에 접근하게 된다면 이는 자유주의적 이상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는 외부 강대국에 맞서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가네시는 “수억 명 규모의 하나의 정치 단위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유럽은 이 세계에서 점점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