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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율 위험 심각"... IMF 공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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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율 위험 심각"... IMF 공개 경고

" 달러 리스크 무려 25배"
한 시민이 100달러 지폐 인쇄물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한 시민이 100달러 지폐 인쇄물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환 리스크에 노출된 한국의 달러 자산이 외환시장 규모의 25배에 이르러 환율 급등락 시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 경고하고 나섰다. 환 노출이 외환시장 대비 불균형으로 커 환헤지 쏠림땐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것이다.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을 키우는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국면에서 환율 변동성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글로벌 금융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규모에 비해 달러자산 환노출 비중이 상당히 큰 국가로 분류됐다. 외환시장 규모(월간 거래량) 대비 환노출 달러자산'이라는 이 지표는 각국 외환시장이 환율 변동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환노출 달러자산이 외환시장 거래량의 25배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홍콩·케이만제도 제외) 중에서 캐나다와 노르웨이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노르웨이도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해외투자가 많은 국가로 꼽힌다. 외환시장 대비 환노출 달러자산 배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대만으로, 대략 45배에 이르렀다. 대만의 달러자산 규모는 우리나라와 엇비슷하지만, 외환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배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절대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일본이 가장 크지만, 일본은 외환시장 규모 역시 커 배율은 20배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은 외환시장 대비 환노출 달러자산 비중이 한 자릿수 배율에 그쳤다.
유럽 주요국이나 캐나다·일본은 준기축통화 경제권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과 대만에 경각심을 요구하는 지표로도 볼 수 있다.외환시장 대비 환노출 달러자산 배율이 높은 비기축통화국은, 달러가치 변동에 따른 충격을 외환시장에서 단기간에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IMF는 "일부 국가는 달러자산 환노출이 외환시장의 깊이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IMF는 특히 환노출 상태에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환헤지에 나서는 이른바 '환헤지 쏠림'(rush to hedge)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달러 선물환 매도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달러 환노출 배율이 큰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증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본격화한 것도 이런 환율 변동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환 노출 상태로 해외주식 투자에 나서는 일명 '서학개미'들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산운용뿐만 아니라 거시경제 차원에서도 위험관리 필요성이 함께 제기된다.

재경경제부는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에서 주요 증권사들을 통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이 특정 환율에 선물환을 매도하면, 이를 사들인 은행은 달러 매도매입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달러 현물을 시장에 팔아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외환시장에는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예상된다.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보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도 본격적으로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방어에 나섰다. 정부·한국은행 등과 잇따라 대책을 논의하고, 개인·기업이 지나치게 예금 등의 형태로 달러를 쌓아놓지 않고 팔아 원화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주요 시중은행의 외환담당 임원(부행장급)을 소집한다. 이 자리에서 당국은 달러 등 외화 예금을 부추기는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반대로 외화 예금을 원화로 바꿀 때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을 늘리는 방안 등을 은행권에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달러 가치 추가 상승 기대 등으로 가계나 기업 등 경제주체가 달러를 사 모으기만 하고 시장에 풀지 않는 경향도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16일에도 한은과 시중은행 자금부 외화 담당자들의 회의가 열렸다.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이하 외화지준) 예치 현황 등을 점검하고, 외화지준 이자 지급 관련 금리 수준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은은 환율 안정 대책의 하나로 외화지준에 올해 1∼6월(작년 12월∼올해 5월분 외화지준 대상) 한시적으로 이자를 주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은 지급준비금 제도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의 일부를 예금자 보호나 통화량 조절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인 한은에 다시 예치해야 한다. 외화예금 관련 지급준비금을 법정 비율 이상으로 예치한 경우, 초과 예치분에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혜택에 호응한 은행이 해외에서 운용한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면 국내 달러 유동성 확충에 도움이 된다.
회의에 앞서 시중은행들이 받은 한은 공문에 따르면 우선 작년 12월분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3.60% 수준으로 결정됐다.

지난 7일에는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7대 은행 외환 마케팅 담당(부서장급)을 은행회관에 모아 외화예금 추이를 점검하고 달러 예금 판매 과정의 절차 준수를 당부하는 동시에 달러 환전·예금과 관련, 지나친 환율 우대 등의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시 정부 관계자가 은행의 과도한 환율 우대가 개인의 환투기를 조장한다며 외화 예금과 환전의 환율 우대 폭 축소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한 은행 팀장이 은행의 환율 우대 폭 변경으로는 지금의 환율 상승 기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말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실제로 달러 유치 속도를 일부러 줄이고, 원화 환전에 많은 잇점을 주고 있다.

신한은행은 '크리에이터 플러스 자동 입금 서비스'의 우대 혜택 기간을 3월 말로 연장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고객이 구글과 메타로부터 받는 해외 광고비를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할 경우 원화 환전에 90% 환율 우대(월 1만 달러 한도) 등을 적용하는데, 당초 작년 말이었던 혜택 시한을 3개월이나 늘렸다. 90% 환율 우대는 환 거래 업무 관련 마진(현찰매도율-기준환율)을 정상 수준의 10%로 낮춰준다는 뜻이다.현재 KB국민은행도 크리에이터 고객을 대상으로 ▲ 환율 우대 100%(월 1만달러 상당액 이하 기준) ▲ 외화계좌 자동입금(건당 5만달러 상당액 이하 한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한 수출기업에도 'KB 글로벌 셀러 우대서비스'를 통해 외화입출금 통장으로 수령한 판매대금을 인터넷·모바일 뱅킹에서 원화 계좌로 환전할 경우 환율을 최대 80% 우대한다.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환전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15일부터 해외여행 특화 외화예금인 '위비트래블 외화예금'의 달러 금리를 1.0%에서 10분의 1 수준인 0.1%로 내렸다. 달러예금 유인을 줄여 국내 외환시장 달러 공급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