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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 '미국 매도' 가속화… 트럼프 약달러 용인에 시장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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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자 '미국 매도' 가속화… 트럼프 약달러 용인에 시장 요동

SLJ 캐피털 설립자 "강달러 시대 끝났다"… 달러 지수 4년 만에 최저치 폭락
금값 5,200달러 돌파 사상 최고… 부채 40조 달러 육박에 달러 안정성 우려
유럽 연기금 등 미국 자산 '조용한 처분' 시작… 미·중 갈등 속 새로운 국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에서 에너지와 경제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아이오와주 클라이브에서 에너지와 경제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해 "괜찮다"며 사실상 약달러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이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미국 자산을 처분하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강달러 신화가 무너지고 약달러 국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이오와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달러 약세에 대해 "미국 기업들에 호재이며, 달러 가치가 과도하게 약화되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장중 1.2% 급락하며 2022년 초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달러 스마일' 스티븐 젠 "새로운 하락 단계 진입"


'달러 스마일' 이론으로 유명한 스티븐 젠 유라이존 SLJ 캐피털 설립자는 이번 사태를 "약달러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간 강달러와 강한 미국 경제라는 공식에 익숙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약달러 속 강한 미국 경제'라는 낯선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 통화는 달러 대비 기록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말레이시아 링깃과 대만 달러 등 신흥국 통화로의 자금 유입도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금값 5,200달러 돌파… "미국 자산의 안전망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달러 대신 금과 같은 실물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5,2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이는 이른바 '달러 가치 절하 거래(Debasement Trade)'가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앤서니 도일 피너클 투자운용 전략가는 "달러의 최후 보루여야 할 대통령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은 미국 자산의 안전망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39조 달러 부채의 덫… "안정성 잃으면 국채 매각 차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로버트 카플란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미국 부채가 40조 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통화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달러가 안정되어야 장기 국채를 원활하게 팔 수 있는데, 지금 같은 약달러 기조는 해외 투자자들의 국채 매수 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유럽 연기금들은 미국 국채 보유분을 조용히 처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과 연준의 독립성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매도'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