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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조선업 부활' 꿈, 현실은 '밑 빠진 독'?…美 전문가 "보조금 쏟아부어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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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조선업 부활' 꿈, 현실은 '밑 빠진 독'?…美 전문가 "보조금 쏟아부어도 불가능"

美 시장 점유율 0.04%의 처참한 몰락…"한국서 6개월 걸릴 배, 미국선 40개월 걸려"
인력난·낙후 시설·공급망 붕괴의 '3중고'…"필리조선소 이직률 100%, 약물 문제까지 심각"
"동맹국 한국 조선소 활용이 유일한 해법"…무리한 자국 생산 고집 버려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HPSI) 전경. 최근 한국의 한화오션이 인수하며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및 상선 건조의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으나, 미 전문가들은 현지의 극심한 인력난과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단기간 내 경쟁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DCCC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HPSI) 전경. 최근 한국의 한화오션이 인수하며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 및 상선 건조의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으나, 미 전문가들은 현지의 극심한 인력난과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단기간 내 경쟁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DCCC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핵심 슬로건으로 내건 '조선업 부활'이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미국 내 전문가의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붓더라도 이미 붕괴한 산업 생태계를 단기간에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한국 등 동맹국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의 콜린 그라보(Colin Grabow) 부국장은 28일(현지 시각) 기고문을 통해 워싱턴 정가의 조선업 부활론을 "잘못된 집착(Misplaced Obsession)"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장 점유율 0.04%…가격은 6배, 건조 시간은 7배


기고문에 따르면 미국 상선 조선업은 이미 "완전한 붕괴(Near total collapse)" 상태다. 2024년 기준 미국 조선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고작 0.04%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대형 원양 상선 건조 실적은 연평균 3척 미만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가격과 납기 경쟁력 상실이다. 현재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알로하(Aloha)급 컨테이너선의 척당 건조 비용은 3억 3450만 달러(약 47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동급 선박을 5500만 달러(약 780억 원)면 만들 수 있다. 무려 6배가 넘는 가격 차이다. 유조선 역시 해외에서 4700만 달러(약 670억 원)면 될 것을 미국에서는 최소 2억 2000만 달러(약 3140억 원)를 줘야 한다.

속도전에서도 참패했다. 미국 조선소가 마지막으로 인도한 컨테이너선은 건조 시작부터 인도까지 40개월이 걸렸다. 같은 해 한국 조선소는 비슷한 크기의 선박을 6개월 미만에 인도했다.

돈으로 해결 안 되는 '3중고'…"한화 인수 필리조선소도 고전 불가피"


그라보 부국장은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미국 해운 경쟁력 강화법(SHIPS for America Act)' 등 보조금 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력난 ▲낙후된 인프라 ▲공급망 부재를 꼽았다.

특히 인력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는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Philly Shipyard)의 경우 연간 이직률이 100%에 육박하며, 근로자들의 약물 사용 문제까지 겹쳐 있다"고 폭로했다. 숙련공은커녕 기본적인 노동력조차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인프라 역시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머물러 있어 현대화된 한국, 중국 조선소보다 기술적으로 수십 년 뒤처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높은 철강 관세와 부품 공급망의 부재는 선박 건조 비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라보 부국장은 "과거 유럽의 거대 조선 기업(Kværner)이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해 선진 기술을 이식하려 했으나 결국 아시아산 선박보다 5배 비싼 배를 만드는 데 그쳤다"며 "외국 기업(한화)의 인수와 기술 투자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전시(戰時) 대응 능력?…"동맹국 조선소가 답이다"


미국 정치권이 내세우는 '국가 안보를 위한 자국 조선업 육성' 논리도 허구라고 지적했다. 1차 대전 당시 미국은 수백 척의 선박을 발주했지만,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인도된 배는 극소수였다. 현대전에서도 미국 조선소가 단기간에 상선을 찍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보조금을 통해 상선 건조를 무리하게 늘리면,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이 상선 분야로 빠져나가 미 해군 함정 건조 일정만 더 지연시키는 '구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해법은 '동맹'이다. 그라보 부국장은 "미국이 스스로 세계적인 조선소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존스법(Jones Act) 등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맹국의 고도로 숙련된 조선소를 활용해 모듈이나 완성 선박을 조달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안보 전략"이라고 제언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배치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안보를 지킬 유일한 구명줄은 'K-조선'임을 미 전문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