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차기 연준 수장에 '금리 인하' 옹호자 케빈 워시 전 이사 지명
파월의 '데이터 중심' 폐기... 통화량 통제로 단기 금리 낮추고 장기 금리 안정 노려
달러 강세 장기화에 한국 '금리 절벽' 우려... 환율 1,450원대 비상 대응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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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배런스는 워시가 3.5~3.75% 수준인 현재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으며,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금리 인하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지난 30일 전했다.
"돈의 양을 직접 조절하겠다" 파월식 정책과 결별
워시 지명자는 연준이 그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 지표에 매몰되어 정부 지출과 통화량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간과했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단언하며, "의장은 금리를 정하는 일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연준의 독립적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으로 해석된다. 워시는 연준이 과거에 버린 경제 철학인 '통화 공급량 분석'을 정책의 핵심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파월 의장은 시장의 '금리'를 조절해 경기를 관리했지만, 워시는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 그 자체를 직접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시는 통화량이 늘어날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2022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까지 치솟는 사태를 방치했다는 시각이다.
대차대조표 축소로 '장기 금리' 인하 유도... 재무부와 공조 강화
워시의 핵심 전략은 연준의 자산 규모를 줄여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동시에 단기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현재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25% 수준으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가계 부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브리 쿠라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워시가 부임하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낮아져 장기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워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손잡고 연준과 재무부의 관계를 재설정할 계획이다. 그는 연준이 금융위기 이후 국채와 주택담보증권을 매입하며 재무부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비판하며, 1951년 연준에 독립성을 부여한 '재무부-연준 협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백악관과 재무부가 통화정책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값 9% 급락... 시장은 '신뢰'와 '우려' 사이서 저울질
워시 지명 소식에 국제 금값은 온스당 5000달러(약 725만 원) 돌파 이후 9% 하락하며 급등세를 되돌렸다. 이는 시장이 워시를 단순히 트럼프의 요구를 따르는 인물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안정적 매파'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워시의 상사였던 스탠리 드루켄밀러는 이번 지명을 "신뢰를 위한 투표"라고 평가하며, 워시가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더타 경제 연구 책임자는 워시가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위험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적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톰 틸리스 의원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법무부의 파월 의장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준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험난한 인사 검증 과정을 예고했다.
워시가 이끄는 연준은 과거보다 훨씬 더 행정부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정치적 기구'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금리 인하와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해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하겠지만, 이는 자칫 인플레이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제 연준의 독립성이라는 '성역'이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워시표 연준' 출범 시나리오, 한국 금리·환율에 미칠 3대 핵심 변수
한편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차기 의장 지명은 한국 경제에 '강달러 장기화'와 '국내 금리 인하 제약'이라는 이중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다. 워시의 통화정책 구상이 실현될 경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 폭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본다.
워시 지명 소식 직후 달러 인덱스가 0.5~0.9% 상승하며 강세를 보인 점은 한국 외환시장에 즉각적인 위협이다. 지난 31일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스왑포인트 포함)를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있다.
ING 등 주요 투자은행은 워시를 '달러의 생명줄'로 평가한다. 그가 연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매파적인 본능을 드러낼 경우, 시장은 이를 달러 강세 요인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면, 신흥국인 한국 시장에서의 자본 이탈 압력이 커지며 원화 약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
가장 큰 우려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다. 워시가 '선(先) 자산 축소, 후(後) 금리 인하' 전략을 구사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당초 시장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 이는 한미 금리차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한국(3.25%)과 미국(3.5~3.75%)의 기준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태다. 워시 체제에서 미국이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면, 한국은행은 환율 방어와 자본 유출 방지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리지 못하는 '금리 절벽'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워시의 정책이 미국의 기간 프리미엄을 확대시켜 장기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다면, 국내 장기 금리 역시 이에 동조화되어 대출 금리 하락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또한, 워시가 강조하는 '통화 공급량 분석' 위주의 정책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워시는 생산성 없는 거품 경제를 경계하는 인물이다.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되면 성장주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코스피, 코스닥) 내 기술 기업들이 먼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0일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선물과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 지수가 하락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한다. 상원 인준 과정에서 트럼프와의 정책 공조 수준이 구체화될 때마다 국내 금융시장은 매번 '발작'에 가까운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센터와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워시 지명자가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대차대조표 축소'라는 매파적 수단을 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겉으로는 완화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동성을 죄는 '교묘한 긴축'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경제 부처와 기업들이 강달러가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과거의 도식에서 벗어나, 고환율로 인한 수입 물가상승과 고금리 지속에 따른 내수 위축 가능성에 입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환율 1,450원선 이상이 상시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비상 대응 계획(Contingency Plan)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