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관세 앞세운 트럼프발 '경제 패권'에 우방국들 '각자도생' 선언
캐나다·영국·EU, 美 빼고 중국·인도와 손잡아...가치보다 실익 냉혹한 재조정
새로운 국제 표준 공급망도 '우호적 생산'으로 유턴... 흔들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캐나다·영국·EU, 美 빼고 중국·인도와 손잡아...가치보다 실익 냉혹한 재조정
새로운 국제 표준 공급망도 '우호적 생산'으로 유턴... 흔들리는 팍스 아메리카나
이미지 확대보기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쏟아내는 징벌적 관세와 영토 위협은 동맹국들에게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한때 '팍스 아메리카나'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국가들이 이제는 미국과의 '전략적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미국 없는 외교'의 본격화
31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새해 들어 세계 강대국들은 더욱 적대적이고 변덕스러워진 미국을 제쳐두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상업적 유대와 무역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행보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캐나다에서 나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최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이른바 '예비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를 향해 징벌적 관세와 영토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정면 돌파 카드다. 영국 역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직접 시진핑 주석과 만나 무역 및 여행 장벽 완화에 합의하며 관계 재정립(Reset)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EU는 남미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의 무역 협상에서 전례 없는 진전을 이룬 데 이어, 지난주에는 19년 동안 교착 상태였던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전격 체결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미국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트럼프식 '예측 불가능성'이 초래한 불신
이러한 국가들의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동안 펼친 외교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반작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패권을 앞세워 우방국들에게까지 가혹한 관세를 부과해 왔다. 특히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카니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 우방국 지도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며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리스크 정보 회사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미국과 주요 동맹국(캐나다, 덴마크, 벨기에, 일본, 프랑스 등) 간의 외교적 언쟁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CNBC에 따르면 히메나 블랑코 수석 분석가는 "미국 관리들과 동맹국 관리들 사이의 공개적이고 긴장된 공방이 관계 악화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학적 민첩성과 공급망의 대전환
전문가들은 이제 국가들이 '가치 기반의 동맹'보다는 '특정 이익에 따른 선택적 동맹'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카네기 차이나의 데미안 마 소장은 이를 냉전 시대의 세력권 회귀가 아닌 '국가 이익의 재조정(Rebalancing)'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생산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기존의 효율성 지상주의였던 '적시 생산(Just-in-time)' 방식은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무력해졌다. 대신 기업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회복력 중심(Just-in-case)' 방식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협력업체와 인접국에서 자재를 조달하는 '근거리 생산(Nearshoring)'과 '우호적 생산(Friendshoring)'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시적 진통인가, 구조적 균열인가
물론 미국이 가진 기술, 통화(달러), 안보적 중요성 때문에 동맹국들이 당장 미국과 '이혼'하기는 어렵다. 불가리아 자유주의 전략 센터의 이반 크라스테프 회장은 "유럽은 여전히 미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어 분리된 삶을 선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주요 동맹국들은 이제 미국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장기적인 리스크 분산에 나섰다. 미국이 고립되기에는 너무 큰 나라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맹국들이 하나둘씩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는 점은 미국에 작지 않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