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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유층 지갑 닫았다… 경제 신뢰도 14년 만에 ‘최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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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유층 지갑 닫았다… 경제 신뢰도 14년 만에 ‘최저’ 기록

후룬 보고서, 고액 자산가 신뢰 지수 4년 연속 하락하며 2012년 이후 최저치
명품 지출 5% 삭감하고 부동산 비중 축소… ‘금·해외 투자’ 선호 뚜렷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
중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소비의 풍향계 역할을 해온 고액 자산가들의 신뢰도가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부유층 가계가 지출을 줄이고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재편함에 따라, 중국 경제 전반에 소비 침체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각) 중국 후룬연구소(Hurun Research Institu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고액 자산가(HNWI)의 경제 신뢰 지수는 4년 연속 하락하며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5.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2018년(6.6)이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6.7~7.2)보다도 낮은 수치로, 부유층이 느끼는 현재의 위기감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함을 보여준다.

◇ 명품 시장 직격탄… “시계·보석 예산 줄이고 체험형 소비로 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부유층의 고급 소비 규모는 2024년 대비 약 5% 감소한 1조5600억 위안(약 2244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평균 물질적 소비 예산은 10% 이상 감소한 211만 위안으로 책정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시계, 보석류, 수집품 등 고가 사치품 분야에서 가장 큰 폭의 예산 삭감이 이루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물질적인 소유보다는 서비스나 체험형 소비에 대한 예산은 가구당 약 9만 위안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소비 패턴의 질적인 변화가 감지되었다.

또한, 응답자의 약 4분의 1이 향후 2년간 신규 자동차 구매 계획이 없다고 답해 고가 내구소비재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전통적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보다는 자국 내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 부동산은 ‘팔고’ 금은 ‘사고’… 위험 회피 성향 뚜렷

투자 측면에서도 부유층의 위험 선호도는 급격히 낮아졌다.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26%가 향후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한 반면, 자산 보존을 위해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20%에 달했다.

이는 중국 내 부동산 시장의 불투명성이 가중되면서 안전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해외 투자에 대한 갈망도 여전히 높았다. 응답자의 84%가 역외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홍콩이 여전히 가장 선호되는 목적지로 꼽혔다.

다만 실제 포트폴리오 내 역외 자산 비중은 평균 15% 수준으로 1년 전보다 약간 낮아졌는데, 이는 글로벌 경제 변동성에 따른 투자 의사결정의 신중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경제의 선행지표 ‘부유층 심리’… 중산층으로 번지는 위기감


후룬 그룹의 창립자 루퍼트 후게베르프는 "2025년 이후 중국의 고액 자산가들은 소비와 투자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신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개 부유층은 경제 변화에 가장 민감하고 낙관적인 집단으로 꼽히는데, 이들의 행동 변화는 곧 중산층과 경제 전반의 광범위한 위축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광저우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부유층마저 지출을 줄이고 금에 투자한다는 소식은 중산층에게도 소비를 자제하고 더 오래 일하며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준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자산가들의 얼어붙은 심리를 되살리기 전까지는 실질적인 경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