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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 장벽 높이자 인재가 떠난다"…구글·AI 공룡들 '인도행'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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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자 장벽 높이자 인재가 떠난다"…구글·AI 공룡들 '인도행' 가속

알파벳, 벵갈루루에 240만㎡ 규모 오피스 확보…2만 명 추가 수용
H-1B 비자 비용 10만 달러 육박…'탈미국·비중국' 거점 전략적 이동
'인도 AI 허브·말레이 반도체 기지' 급부상…글로벌 IT 지도 바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억제 정책과 지정학적 위험이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공급망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억제 정책과 지정학적 위험이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공급망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억제 정책과 지정학적 위험이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공급망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인도를 차세대 인공지능(AI) 허브로 삼아 대규모 확장에 나섰으며, 차량용 반도체 강자 넥스페리아(Nexperia)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 3(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과 디지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이민 억제 정책과 공급망 다변화 압박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구글, 벵갈루루에 '2의 마운틴뷰' 건설…2만 명 추가 채용 가시화


알파벳은 인도 벵갈루루의 화이트필드(Whitefield) 테크 구역 내 '알렘빅 시티(Alembic City)'에 최대 240만㎡(726000) 규모의 사무 공간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알파벳은 이미 오피스 빌딩 1개 동을 임차했으며, 추가로 2개 동에 대한 옵션 계약을 마쳤다. 구글이 이 공간을 모두 사용한다면, 현재 인도 내 인력(14000)의 두 배가 넘는 최대 2만 명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다. 이는 구글의 전 세계 인력 약 19만 명 중 상당 비중을 인도가 차지하게 됨을 뜻한다.

이러한 대확장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까다로운 비자 정책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청 비용을 건당 최대 10만 달러(13300만 원, 환율 1330원 기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으로 인재를 데려오는 비용이 급등하자 구글, 오픈AI(OpenAI), 앤스로픽(Anthropic) AI 선두 기업들은 아예 인재가 풍부한 인도로 직접 찾아가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 인도 정보기술 산업협회(Nasscom)는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연구소인 '글로벌 역량 센터(GCC)' 채용 인원이 현재 190만 명에서 203025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페리아, '중국 탈출' 가속화…말레이시아 전략 거점 부상


반도체 업계에서도 공급망 재편이 한창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차량용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는 그동안 '유럽 웨이퍼 생산, 중국 패키징 및 테스트' 모델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이를 폐기하고 말레이시아 설비를 대폭 확장하기로 했다.

넥스페리아가 중국 둥관(Dongguan) 공장 대신 말레이시아 세렘반(Seremban) 공장 비중을 높이는 이유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비중국 공급망(Non-China Supply Chain)' 요구 때문이다. 지난 하반기 네덜란드와 중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물류 차질을 겪었던 고객사들이 중국을 거치지 않은 제품 인증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둥관 공장의 웨이퍼 재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으며, 주요 주문은 이미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시설로 이동 중이다. 분석가들은 한 번 말레이시아로 옮겨간 공급망은 정치적 긴장이 풀리더라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까지 겹치며 동남아 반도체 허브로서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인재와 생산의 '탈미·탈중'…글로벌 IT 지각변동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벵갈루루 소재 컨설팅사 엑스페노(Xpheno)의 카말 카란트 공동창업자는 "미국의 비자 정책 변화가 기업들로 하여금 인도 채용 계획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게 만들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12개월간 메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구글 등 'MAANG' 기업의 인도 내 인력은 전년 대비 16% 급증했다. 미국의 규제가 인재를 밖으로 밀어내고, 중국의 위험이 생산 시설을 밖으로 밀어내는 '샌드위치' 압박 속에서 인도와 말레이시아가 수혜를 입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거점 이동이 AI 제품 개발부터 반도체 패키징까지 산업 전반의 주도권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기술 패권 유지 전략과 실제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 사이의 충돌이다. 구글이 인도를 단순한 지원 센터가 아닌 'AI 핵심 기지'로 격상하고, 반도체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중심의 새 생태계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가 글로벌 테크 산업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