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별 추산치 10배 이상 격차로 정책 혼선…정의 내리는 잣대 달라
공실률·가구 분화 등 통계적 편차 발생, 차기 미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
규제 완화와 공공 지원 두고 정치적 갈등 심화로 주거비 안정 지연 우려
공실률·가구 분화 등 통계적 편차 발생, 차기 미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
규제 완화와 공공 지원 두고 정치적 갈등 심화로 주거비 안정 지연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Moody’s)는 200만 가구 추가 공급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반면, 공화당 측은 2000만 가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통계적 괴리는 주택 가격 산정 방식과 적정 공실률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했으며, 향후 미국의 주택 정책 설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확대보기기관별 10배 격차…'부족분' 정의하는 잣대가 달랐다
미국 주택 시장의 공급난을 계측하는 지표는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00만 가구 추가 공급을 제안했으나 골드만삭스는 300만 가구, 부동산 플랫폼 질로우(Zillow)는 400만 가구 이상을 추산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500만 가구,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는 820만 가구로 그 수치를 더 높여 잡았다.
가장 극단적인 수치는 미 의회 공화당 측에서 나왔다. 의회 합동경제위원회(JEC) 소속 공화당 위원들은 2022년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 약 2000만 가구의 주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개발자가 규제 없이 집을 지었을 때를 가정하는 '제약 없는 시장' 모델을 적용했다. 토지 가치가 주택 가격의 20%를 넘지 않는 수준까지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주택 부족 자체가 허구라고 반박한다. 커크 맥클루어 캔자스대 교수는 900개 대도시 지역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인구 증가율이 주택 증가율을 앞지른 곳은 19곳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물량 부족보다 저소득층을 위한 특정 가격대 주택이 부족한 것이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공실률과 '숨어있는 가구'가 통계의 함정
전문가들이 일치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주요 원인은 '적정 공실률'과 '잠재적 가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보면 현재 주택 1억 4600만 가구 중 약 810만 가구가 비혈연 관계와 공간을 공유하는 '더부살이' 가구다.
질로우는 이들이 독립을 원한다고 가정하고 가용 임대·매매 물량 340만 가구를 뺀 470만 가구를 순수 부족분으로 계산했다. 반면 브루킹스 연구소는 주택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실률을 2006년 수준인 12%로 회복해야 한다고 보고 490만 가구 부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치권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 총력전…초당적 해법 모색
주택 가격 폭등이 민심을 흔들자 미 정치권은 당파를 초월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4일 워싱턴포스트의 별도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45명으로 구성된 '프라블럼 솔버스 코커스(Problem Solvers Caucus)'는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포더빌리티 의제(Affordability Agenda)'를 제안했다.
이들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저소득층 주택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주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에너지 프로젝트와 주택 건설에 대한 허가 규제를 완화해 건설 비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토무 수오지 민주당 의원은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사고 자녀를 교육하며 안정적으로 은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첫해인 현재, 지난해 12월 물가가 전년 대비 2.7%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속하고 있어 정책 실효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규제 완화냐 보조금인가
미국 주택 문제는 주택 부족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처방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족분을 크게 잡는 측은 용도 지역 규제(Zoning)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철폐해 시장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급 총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는 측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임대료 보조금 지급 같은 수요자 지원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미국 주택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택난 해소 여부가 표심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공화당 의원은 "정치적 싸움을 멈추고 비용 절감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미국 사회는 주택 공급의 '적정 수치'를 찾기 위한 치열한 통계 전쟁과 함께, 실질적인 주거비 하락을 끌어내기 위한 규제 개혁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편, 미국 주택 시장의 공급 부족 논란은 한국의 주택 정책에도 참고할 부분니 있어 보인다. 물리적 주택 수뿐 아니라 실제 가구 분화 수요와 적정 공실률을 고려한 정교한 공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