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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연방 공무원 5만명 해고 문턱 낮춘다…고위 경력직 보호 대폭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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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연방 공무원 5만명 해고 문턱 낮춘다…고위 경력직 보호 대폭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고위 경력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해고를 대폭 쉽게 하는 제도 개편에 나선다.

이는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고위 공무원을 별도 범주로 분류해 기존보다 훨씬 약한 고용 보호를 적용하겠다는 구상으로 약 5만명의 연방 공무원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5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 공무원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관리처(OPM)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 규정은 행정부 정책 집행을 주된 임무로 하는 고위 경력직 공무원을 새로운 인사 범주로 분류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연방 공무원 해고 제한 규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각 부처의 정치 임명직은 대통령 재량에 따라 언제든 해임될 수 있는 반면, 경력직 공무원은 해고나 정직, 징계에 대해 독립기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강력한 신분 보장을 받아왔다. 그러나 새 범주에 포함되는 고위 경력직은 이러한 항소 권한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된다.

WSJ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정부 조직을 전면 재편하고 공무원 규모를 줄이려는 광범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른바 ‘딥 스테이트’가 자신의 정책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고 이에 따라 행정부는 일부 정부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거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해 왔다.

OPM은 새 규정이 정책 집행을 방해하는 공무원을 징계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용 대상은 정책 결정, 정책 수립, 정책 옹호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고위 직위로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스콧 쿠퍼 OPM 청장은 “공무원이 개인적 신념을 이유로 정책 집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양심적 거부가 행정부의 목표를 방해하거나 좌절시키는 수준에 이르면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공개적 반대나 조직적 저항이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칠 경우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노조 “정치적 숙청으로 악용 우려”

연방 공무원 노조들은 이번 제도 개편이 대통령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공무원을 축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노조 관계자들은 행정부가 향후 이 범주에 포함되는 직위 수를 대폭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OPM는 새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약 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민간인을 포함한 연방정부 전체 민간 공무원 약 230만명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지만 정책 집행의 핵심을 담당하는 고위직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파장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의 연방 공무원 제도는 19세기 말 정치적 전리품 제도를 폐지하고 전문성과 중립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착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전통적 틀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PM는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공무원을 징계하거나 해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부 고발자 보호를 포함한 기존 연방법도 계속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규정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각 부처 고위 관계자들은 이미 새 인사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 직위 명단을 작성 중이며 OPM는 규정 발표 후 30일 이내에 전체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구체적인 직위를 새 범주에 공식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규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해당 행정명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행정부에 충실히 봉사하지 않는 인사의 채용을 막겠다며 능력 중심의 공무원 제도 도입을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임기 말에도 유사한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이를 철회한 바 있다.

◇ 법적 공방 불가피


시민단체와 공무원 단체는 이미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책임프로젝트와 전국현직·퇴직연방공무원협회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며 1978년 제정된 연방법이 경력직 공무원의 고용 보호를 명시하고 있고 정치 임명직에만 임의 해임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새 규정이 시행될 경우 행정부가 내부 반대 의견을 억누르거나 정책 검증 과정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러브 러틀리지 연방 공무원 코치는 “행정부가 반대 의견을 손쉽게 억제하거나 정책 개발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공무원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