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 "암호화폐 종말이 다가온다"
이미지 확대보기10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월러 이사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6만 달러 초반까지 밀리며 '트럼프 랠리' 상승분을 반납한 현상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하락장의 주된 원인으로 ▲규제 불확실성 ▲대형 금융기관의 위험 관리 조치를 꼽았다. 월러 이사는 "주류 금융시장(전통 금융)을 통해 가상자산에 접근했던 기업들이 위험 포지션을 정리하고 자산을 매도해야 했기 때문에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유입된 막대한 기관 자금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자 가장 먼저 '손절매'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최근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기능을 상실하고,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투매가 나오는 등 안전자산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측했던 경제학자가 이번에는 암호화폐 시장을 향해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하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가격 변동성을 넘어 산업 전반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리엘 루비니는 최근 비트코인 급락과 전반적인 시장 침체를 두고 “암호화폐 산업은 구조적으로 실패했다”며 이른바 ‘크립토 아포칼립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과거 금융위기를 정확히 짚어낸 전력이 있어 이번 발언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4억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으며, 전체 청산의 90% 이상이 롱 포지션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코인에서 집중적인 롱 청산이 발생하면서 시장 전반의 하방 압력이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청산된 포지션 중 롱 포지션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의 90% 이상을 기록했다.코인별로는 비트코인(BTC) 관련 포지션이 가장 많이 청산되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청산'은 레버리지 포지션을 보유한 트레이더가 증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강제로 포지션이 종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대규모 청산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하방 압력이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으며, 롱 포지션 청산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은 시장의 하락세가 예상보다 강했음을 시사한다.
비트코인(Bitcoin, BTC)의 급격한 가격 조정은 가상자산 내부의 악재가 아닌 전통 금융권 멀티에셋 펀드들의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과 상장지수펀드 유동성 구조 때문에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의 제프 팍(Jeff Park) 알파 전략 총괄은 최근의 급락이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아닌 기관들의 위험 관리 모델에 따른 기계적 매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팍 총괄은 밀레니엄(Millennium)이나 시타델(Citadel) 같은 대형 멀티 전략 펀드들이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포트폴리오의 위험 자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매도 압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베이시스 거래 물량이 쏟아지며 하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베이시스 거래는 현물 비트코인 ETF를 매수하는 동시에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해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며 지난 2월 5일 3.3%였던 근월물 베이시스가 다음 날 9%까지 치솟는 등 ETF 출시 이후 최대 폭의 변동성을 기록했다. 기관들이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수직 하락하는 유동성 공백 현상이 나타났다. 6만 4,000달러에서 7만 1,000달러 구간에 형성된 딜러들의 포지션이 가격 하락에 따른 추가적인 헤지 매도를 유도하며 낙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 금융 자본의 위험 관리 활동은 비트코인 가격을 특정 방어선 아래로 밀어냈으며 알고리즘 매매와 구조화 상품의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제이피모건(JPMorgan)이 발행한 일부 구조화 상품 중에는 4만 3,600달러 선에 녹인 배리어가 설정된 사례도 발견되며 가격 하락 시 판매사들의 방어적 매도가 시장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번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의 기초 체력 결함이 아닌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결합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구조적 유동성 사건이다.
가상자산 시장 내부 지표를 살펴보면 온체인 보유자들의 이탈은 제한적이었으며 대다수 장기 투자자는 현재의 가격 조정을 매도 기회로 활용하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항복보다 기관 투자자들의 자동화된 리스크 관리 모델이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는 점이 확인되며 시장의 지배 구조가 개인에서 기관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었다. 바이낸스(Binance) 등 가상자산 전문 거래소의 미결제 약정이 감소하는 동안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되었다.
비트코인은 전통 금융권의 자산 재배분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며 다시 가격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번 폭락은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상실이 아닌 제도권 자금 유입에 따른 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물이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흐름과 기관들의 리스크 모델이 시장의 실질적인 결정권자로 부상한 새로운 환경에 맞춰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닥터 둠 루비니는 특히 “친암호화폐 정책이나 규제 완화가 등장하더라도 시장을 근본적으로 구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이나 통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고, 실제 사용 사례 역시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암호화폐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극심한 변동성과 투기성, 범죄와 연관된 부정적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탈중앙화 금융 역시 이상적인 개념일 뿐, 현실 세계의 규제 환경과 충돌하며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최근 시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큰 폭의 조정을 겪으며 약세 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다수의 알트코인 역시 동반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반등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루비니는 이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 업계 전반이 이 같은 전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와 옹호론자들은 기술 발전과 제도권 자금 유입, 장기적 채택 가능성을 근거로 “시장 사이클의 일부일 뿐 종말론은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인물의 경고인 만큼, 그의 발언은 당분간 시장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가 비트코인 폭락 사태가 금융시장까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버리는 자신이 운영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끔찍한 시나리오가 이제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비트코인이 10% 더 하락할 경우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스트래티지 같은 기업은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Bitcoin, BTC) 가격이 위태롭게 오르내리는 폭락장 속에서도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가 자산 매각 대신 추가 매집이라는 정면 돌파 의지를 천명하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이사회 의장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와 최고경영자 퐁 레(Phong Le)는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현재의 비트코인 축적 전략이 변함없이 유지될 것임을 확인했다. 스트래티지는 이번 분기 12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레는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 선까지 추락하지 않는 한 보유 자산의 강제 청산 위험은 없다고 일축했다. 세일러 역시 하락장은 일시적일 뿐이며 매 분기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수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