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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코앞에 항모 2척·전투기 수십 대 집결…중동전쟁 임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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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코앞에 항모 2척·전투기 수십 대 집결…중동전쟁 임박했나

2003년 이라크 침공 후 최대…항모·구축함·스텔스기 총출동
F-22·B-2로 핵시설 타격, EA-18G로 미사일망 교란 3단계 시나리오
요격 미사일 재고 소진이 최대 변수…장기전 대비 보급망도 완비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항공모함 2척, 구축함 9척, 스텔스 전투기 수십 대로 가장 큰 규모의 군사 전력을 중동에 집결시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항공모함 2척, 구축함 9척, 스텔스 전투기 수십 대로 가장 큰 규모의 군사 전력을 중동에 집결시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중동 사태가 심각하다. 지금 이란 국경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숫자가 말해준다.

항공모함 2척, 구축함 9척, 스텔스 전투기 수십 대.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군사 전력을 중동에 집결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 시각) 항공기 추적 데이터와 군사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이 사실을 보도했다. 핵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전장(戰場) 배치도가 먼저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이란 작전 동원 미군 주요 무기 제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이번 이란 작전 동원 미군 주요 무기 제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항모 2척·구축함 9척…“이건 시위용이 아니다”


아라비아해에는 이미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타격단이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지난달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을 지원했던 USS 제럴드 R. 포드도 이 해역으로 이동 중이다. 두 번째 항공모함이 이란 사정권에 들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구축함 9척은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한다.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요격하고, 역으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한다. 유도미사일 잠수함 USS 조지아와 연안 전투함 3척까지 더하면 이 해역에 전개된 미 해군 함정은 모두 13척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안과 크리스 파크는 이번 군사력 증강이 1991년 걸프전(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공군력 집결이라고 평가했다. 걸프전 당시에는 항공모함 6척과 수상 전투함 41척이 동원됐다. 이번에는 항공모함 2척, 수상 전투함 14척이다.

F-22가 길을 열고, EA-18G가 눈을 멀게 하고, F-15E가 뒤처리한다


전투 시나리오는 단계별로 짜여 있다. 먼저 F-22 랩터와 F-35 라이트닝 II가 이란 지대공미사일망을 뚫는다. 두 기종은 스텔스 설계 덕분에 레이더 탐지를 피할 수 있어 지난해 6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했을 때도 B-2 스텔스 폭격기를 호위했다.
전자전기 EA-18G 그라울러는 이란 미사일 발사 지휘 체계를 교란하는 데 쓰인다. 같은 방식이 지난달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도 적용됐다. 공습 이후 이란이 드론이나 미사일로 반격하면 F-15E 스트라이크 이글과 F-16 파이팅 팰컨이 요격을 맡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자국 영공을 이란 공격에 내주지 않아 미국은 더 먼 요르단에 전투기를 배치했다. 비행거리가 늘어난 만큼 KC-135 스트라토탱커 등 수십 대의 공중급유기가 작전의 핵심 고리가 됐다. B-2 폭격기는 미국 본토에서 이륙해 공중급유를 받으며 이란 상공까지 쉬지 않고 날 수 있다.

사드·패트리엇 선제 배치…요격 미사일 재고가 변수


공격 준비와 함께 방어망도 먼저 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대기권 상층부에서 탄도미사일을 잡고, 패트리엇은 저고도 단거리 위협을 막는다. 두 체계 모두 이미 이 지역에 사전 배치를 마쳤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이란은 카타르 알 우데이드(Al Udeid) 기지를 향해 미사일 14발을 쏘았고, 미국과 카타르의 패트리엇 시스템이 대부분을 격추했다. 그러나 그 12일간의 교전에서 요격 미사일 재고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바닥난다는 점이 드러났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재고 문제가 작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작전에 대비한 보급 체계도 갖췄다. C-17 글로브마스터 III와 C-5 슈퍼 갤럭시가 탄약과 장비를 실어 나르고, 유류 보급선 USNS 헨리 J. 카이저와 건화물선 USNS 칼 브래셔가 함대를 지원한다. 이번 전력 배치는 압박용 시위를 넘어 실제 타격을 염두에 둔 다단계 준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미국 전력, 이란 군사력과 비교하면


이번에 중동에 집결한 미국의 전력은 이란 전체 군사력을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압도한다. 이란 공군은 F-4, F-5, F-14 등 1970~80년대 미국산 구형 기종과 러시아제 미그(MiG)-29, 수호이(Su)-24를 합쳐 전투기 300여 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 가동할 수 있는 기체는 절반을 밑도는 것으로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해군은 항공모함이 없고, 킬로(Kilo)급 잠수함 3척과 소형 고속정을 주력으로 삼는다. 반면 이란이 보유한 샤하브·에마드 계열 탄도미사일과 자체 개발 드론은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사정권에 두는 비대칭 전력으로, 재고 소진 문제와 맞물려 미국의 방어망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이번 대치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