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꿈의 군대, 어디에 쓰나"… 트럼프 국방예산 1조5000억 달러 증액, 백악관이 멈췄다

글로벌이코노믹

"꿈의 군대, 어디에 쓰나"… 트럼프 국방예산 1조5000억 달러 증액, 백악관이 멈췄다

헤그세스 요청 수용했지만 집행 계획 '공백'… 의회 제출 법정 시한 2주 이상 초과
재정 감시단체 "10년 누적 부채 5조8000억 달러 급증" 경고… 방산주엔 양날의 칼
트럼프 행정부가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현행보다 50% 이상 늘린 1조5000억 달러로 결정해 놓고도, 막대한 증액분을 어떻게 집행할지 윤곽을 잡지 못해 백악관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가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현행보다 50% 이상 늘린 1조5000억 달러로 결정해 놓고도, 막대한 증액분을 어떻게 집행할지 윤곽을 잡지 못해 백악관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숫자는 확정했다. 그런데 쓸 곳을 모른다.

트럼프 행정부가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현행보다 50% 이상 늘린 15000억 달러(2172조 원)로 결정해 놓고도, 막대한 증액분을 어떻게 집행할지 윤곽을 잡지 못해 백악관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현지시간) 보도했다.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하는 법정 시한도 2주 이상 지난 상태다.

피트 헤그세스의 요청, 러셀 보우트의 제동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먼저 기존 9010억 달러(1305조 원) 예산 대비 5000억 달러(724조 원) 증액을 요청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꿈의 군대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처장이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을 경고하며 내부에서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고 이 매체는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증액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국방부도 추가 자금을 어느 항목에 배분할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고위 국방 관리들이 전직 관료들까지 불러 모아 예산 방향을 논의하는 중이며, 현재 운용 중인 무기의 추가 구매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 투자 사이의 비중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초당파 싱크탱크 초당정책센터의 G. 윌리엄 호그랜드 수석 부대표는 "이 정도의 막대한 돈을 단 1년 안에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 예산에 쏟아지는 견제


2026회계연도 미국 국방예산은 이미 역대 최대인 9010억 달러다. 피터 G. 피터슨 재단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국방비는 세계 상위 9개국의 합산 국방비를 웃돈다. 헤그세스 장관은 각 군에 기존 예산의 8%를 절감하도록 지시하고, 그 재원을 트럼프 행정부 국정 방향에 더 맞는 분야로 돌리는 방식으로 약 500억 달러(724200억 원)'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삭감이 아닌 예산 방향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가 당면한 과제는 구체적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함정 발사 미사일 SM-6 등 대량 소모된 핵심 무기의 재고를 채우는 동시에, 냉전 시대 핵 체계를 차세대로 전환하는 사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대당 약 7억 달러(1130억 원)인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가 기존 B-1·B-2 폭격기를 대체하고, 핵잠수함 '콜럼비아급'은 척당 90억 달러(13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인 마크 캔시언 예비역 해병대 대령은 "펜타곤이 서반구 방어에 집중하고 유럽·아프리카·중동 비중을 줄이겠다는 국방전략을 올 1월 내놓고도 동시에 전례 없는 대규모 예산 증액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예산을 50% 늘리면 삭감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정 압박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미국 연방 재정적자는 18000억 달러(2607조 원)에 달했다. 민간 재정 감시단체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번 증액 방침이 10년에 걸쳐 국가 부채를 58000억 달러(8401조 원) 더 늘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 쓰는 돈도 어디 가는지 모른다"


비당파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국가안보 개혁 연구 분석가 줄리아 글레드힐은 "국방부는 이미 여러 차례 회계 감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1조 달러(1448조 원)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공화당이 지난해 통과시킨 대규모 세제·지출 법안에 포함된 추가 국방 예산도 구체적인 집행 지침 없이 사실상 '쪽지 예산'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백악관 예산처와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수십 년을 근무한 찰스 키퍼 전 관리는 "예산을 50% 늘린다는 것은 우선순위를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는 뜻"이라며 "지금 백악관 안에서 매우 어려운 대화가 오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 단년도 증액인지, 10년간 지속하는 방침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증액 예산이 "현명하게" 쓰일 것이라며 "전 세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백악관과 국방부는 워싱턴포스트의 공식 논평 요청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방산주에 호재인가, 독인가"… 증액 발표 이후 주가 급등락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715000억 달러 국방예산안을 공개하자 미국 방산주는 장중 급등했다. 개장 전 거래에서 노스롭 그루먼(NOC)9% 이상, 록히드마틴(LMT)8%, RTX5% 넘게 올랐고 소형 방산업체 크라토스디펜스(KTOS)11% 이상 뛰었다. 국내 시장도 동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43%, LIG넥스원이 7.25% 급등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시에 방산업체의 배당 지급과 자사주 매입 금지를 거론하면서 주가는 장중 4~5% 가까이 밀리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현재 중동 전쟁 우려로 방산주가 주목받고 있지만, 이번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예산 집행 계획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산주의 단기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