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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리튬 수출 전면 봉쇄...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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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리튬 수출 전면 봉쇄...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경고등'

아프리카 최대 리튬 보유국, 미가공 광물 즉각 차단…전기차 공급망 직격
중국은 이미 현지 가공 공장 완공…한국은 1년 앞당겨진 금지에 속수무책
전문가 "단순 수입 의존 탈피, 현지 제련 합작·전략적 지분 확보가 생존 열쇠“
짐바브웨 광산광물개발부(Ministry of Mines and Mining Development)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운송 중인 광물을 포함해 모든 미가공 광물과 리튬 농축물의 수출을 즉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짐바브웨 광산광물개발부(Ministry of Mines and Mining Development)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운송 중인 광물을 포함해 모든 미가공 광물과 리튬 농축물의 수출을 즉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짐바브웨 정부가 2026년 1월 25일(현지시각) 리튬을 포함한 모든 미가공 광물의 수출을 즉각 전면 금지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알자지라(Al Jazeera)·로이터(Reuters) 통신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짐바브웨 광산광물개발부(Ministry of Mines and Mining Development)는 공식 성명을 통해 "운송 중인 광물을 포함해 모든 미가공 광물과 리튬 농축물의 수출을 즉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번 조치는 당초 2027년 1월로 예정했던 수출 금지 시한을 약 1년 앞당긴 것으로, 자원 보유국의 공급망 통제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 배터리·소재 산업에 직접적인 파장을 예고한다.

누가, 언제, 무엇을, 왜 결정했나


폴라이트 캄바무라(Polite Kambamura) 짐바브웨 광산광물개발부 장관은 1월 25일 성명에서 "원광 수출은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밝히며, 자국 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현지 가공(Beneficiation)' 의무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짐바브웨 광산광물개발부가 지난 1월 17일 짐바브웨 광업협회(Chamber of Mines)에 보낸 서한에도 광물 수출 과정의 부정행위 차단과 시스템 재편 의지가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광업은 짐바브웨 GDP의 14.3%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중국 자본은 이미 '현지 가공' 포석 완료


아프리카 최대 리튬 보유국인 짐바브웨는 2025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11% 증가한 약 113만 톤의 스포듀민(Spodumene) 정광을 수출했으며, 이 물량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넘어가 배터리 소재로 재가공됐다.

이번 정책 전환의 수혜는 역설적으로 중국 기업에 먼저 돌아갈 공산이 크다. 중국 저강 화유코발트(Zhejiang Huayou Cobalt)는 이미 4억 달러(약 5700억 원)를 투자해 리튬 황산염 가공 공장을 짐바브웨 현지에 완공했고, 시노마인(Sinomine)도 비키타(Bikita) 광산에 5억 달러(약 7100억 원) 규모의 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짐바브웨 정부가 요구하는 '현지 가공' 조건을 이미 충족한 셈이다.

즉시 발효·조기 시행·현지 가공 의무…3중 충격의 실체


이번 수출 금지 조치가 업계에 충격파를 던지는 이유는 세 가지 측면이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첫째, 시행 시점이 '즉각'이었다. 2026년 1월 25일 발표와 동시에 발효된 이번 조치는 운송 중인 광물까지 소급 적용됐다. 통상적인 정책 예고 기간 없이 단행된 결정인 만큼, 현지에서 광물을 확보해 반출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속수무책으로 발이 묶였다.

둘째, 당초 예정보다 약 1년이나 앞당겨진 조기 시행이다. 짐바브웨 정부는 리튬 정광 수출 금지 시점을 2027년 1월로 못 박아왔다. 그러나 실제 발효는 예고도 없이 1년을 앞질렀다. 이는 사업 계획을 2027년 기준으로 수립해온 기업들에게 준비 기간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수출 재개의 조건이 까다롭다. 짐바브웨 정부는 자국 내에 가공 시설을 직접 건설하거나 기존 설비에 투자한 기업에 한해 조건부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단순히 원자재를 사들여 해외로 반출하는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짐바브웨에서 리튬을 가져가려면 짐바브웨 땅에 먼저 투자해야 하는 구조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캄바무라 장관은 "정부는 조만간 광산업계와 만나 새로운 지침과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조건부 허용 기준과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리튬 가격 반등 기대감 속…수급 불안은 양날의 검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짐바브웨산 리튬 원료 의존도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출 금지로 글로벌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2023∼2024년 급락했던 국제 리튬 가격이 하방 경직성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리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등할 경우, 소재를 가공·판매하는 국내 기업의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료 자체의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은 동전의 양면처럼 리스크로 작용한다.

짐바브웨 현지 개발에 이미 착수한 일부 기업들은 사업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지금 당장 현지에 발 담가야"…업계·정부에 던지는 제언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자원 민족주의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현지 제련 시설 합작 투자, 짐바브웨 가공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분 확보, 장기 공급 계약과 현지 투자를 연계하는 패키지 협상 등이 거론된다. 요컨대 '공급망 외부에서 원료를 사는 자'가 아닌 '공급망 내부에 자리를 잡은 자'로 포지셔닝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기구 '포지 이니셔티브(FORGE Initiative)' 등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나, 자원 보유국의 정책 변화 속도가 외교적 대응보다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관 합동으로 현지 투자 인센티브와 리스크 분산 체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언이다.

자원 민족주의, '예외'가 아닌 '표준'이 됐다


짐바브웨의 이번 결정은 고립 사례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니켈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을 뒤흔들었고, 칠레는 리튬 산업 국유화를 선언했다.

'광물 쥔 나라가 판을 짠다'는 신자원 민족주의의 공식이 이제 국제 자원 시장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번 짐바브웨발 충격이 한국 배터리 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공급망의 주도권은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먼저 현지에 뿌리를 내린 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